보고서를 쓰면 보통은 컴퓨터를 쓰기 때문에 그 사람의 글씨체를 알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포스트잇이 있다. 우리 팀 같은 경우는 많은 사용을 한다. 중간중간 변경을 해야 하는 경우나, 아파서 반차를 써서 중간에 자리를 비우는 경우는 공식이기는 하나 모두에게 알리고 가도 깜빡하고 그 사람을 찾는 경우가 있어서 포스트잇으로 글을 남기는 공식 아닌 공식이 생겼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연필 쓰기 경진대회가 있었다. 궁서체 문장을 써서 가장 잘 쓴 사람에게 금상을 주고 그다음이 은상 동상 이렇게 주었는데 나는 3년 연속으로 금상을 받을 만큼 글씨체가 좋았다. 엄마는 다른 상은 그다지 관심이 없으셨는데 이 글씨체 상과 독서상에는 유독 관심을 가지셔서 연필 쓰기 경진대회가 열린다고 하면 집에서 연습을 하라고 하셨다. 그러면 나는 국어책을 펴 놓고 집에서 돌아다니는 빈 종이에 연습을 하고서 경진대회에 임했다. 엄마는 연필 잡는 법, 그리고 글씨를 쓸 때 나의 자세 마지막은 글을 대하는 마음까지 일일이 알려주셔서 나로서는 정말 큰 대회를 마주하는 경험이라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렇게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글씨체를 가지고 있다가 중학교를 들어가서 완전히 무너졌다. 이유를 굳이 잡자면 사회선생님이 계셨는데 설명과 판서가 같이 하는 정말 동시 상황이라 정말 빨리 따라 적어야 어찌 어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서 글씨체가 그때부터 넘어지기 시작하더니 고등학교는 그냥 필기체로 살았다. 나만이 알아보면 그만이지 싶어서 그렇게 살았다. 이렇게 살다가 엄마에게 편지를 쓰게 되었다.
엄마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암으로 많이 편찮으셨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공부 열심히 해서 상장을 받고 편지를 전해드리는 일인데 글씨가 너무 엉망이다 보니 엄마는 원하지 않게 안경을 쓰게 되셨고 나는 그 이유도 모르고 살다가 아빠가 힌트를 주셔서 그때부터 나는 글씨체를 바꾸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굳어진 살처럼 글씨체는 쉽게 바뀌지는 않았고 결국은 나는 한글글씨체 책을 사서 따라 쓰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오기까지 거의 몇 년이 걸렸다.
그리고 엄마는 지금은 므흣해하시며 "그래 잘 생각했어" 라시며 좋아하신다.
사람을 판단하는 데는 일단 외모이다. 아무래도 겉모습에서 그 사람을 판단하기 나름이다. 그게 전부 인 게 아님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다음이 그 사람이 쓰는 말이다. 그래서 경박하다는 동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글씨체인 것 같다. 사소하지만 남기는 글씨체가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일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깔끔한 글씨체는 그 사람의 성격처럼 깔끔하고 필기체의 성격을 하는 사람은 책상이 아무래도 어지럽다, 물론 더럽다의 뜻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이 강하다. 그리고 궁서체의 간결한 사람은 성격 또한 도덕적인 것에 매우 예민하다. 이건 나의 사적인 통계이다.
어쨌든 나는 생각한다. 어떤 글씨체이든 그건 자신만의 글씨체이긴 하지만 간결하고 정갈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나는 노력한다. 흐트러지면 하나부터 열까지 무너지는 데는 금방이다.
그래서 노력하고 노력한다. 그래서 포스트잇에 붙이는 하나에도 공을 들인다.
뭐든 노력 없이는 그냥 되는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