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쉬니?" 엄마의 잔소리다. 나는 "엄마 쉰 지 이제 딱 한 달이야"
엄마는 "그럼 우리 반찬가게 배달 있는데 좀 할래?"
나는 "그럴게"
그렇게 난 아침마다 반찬가게에서 배달을 시작했다. 이제 단골손님들이 늘어서 단골들은 내심 배달을 원한다고 해서 엄마는 걱정이 있으셨다. 엄마는 내심 아들을 믿으시는 눈치였다.
"아들?"이라고 주변에서 물으면 "응 아들, 어때 멋있지?"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하루 5건씩 있는 배달을 열심히 다니면서 주변을 구경헀다. 내가 산 동네는 벌써 20년이 넘었다.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다. 언덕을 달리면서 내 인생을 돌아봤다. 찐따의 인생을 함께 한 이 동네가 이렇게 이 곡선이 있었나 싶었다.
그렇게 두 달을 열심히 달렸다. 살도 빠지고 어느 정도 마음의 건강도 챙겼다. 엄마와 다니는 시장은 나쁘지 않았다. 엄마는 나에게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하셨다.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 이리저리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눈에 띈 것이 있었으니 학원이었다. 나름 수학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가르쳐 본 경험은 없다. 학원을 다녔지만 강사들의 세계는 몰라서 지원 자격서에 공대에서 배운 수학에 대한 이야기만 적었다. 집 근처 학원에 자리가 있어서 열심히 이력서로 지원했다.
그리고 이틀뒤 연락이 왔다.
샘솟는 학원이라는 곳에서 수학 보조강사를 모집한다고 면접 제안을 받았다. 엄마에게 말했더니 잘 됐다 하시면서 내심 기대를 하셨다. 나는 경험이 없어서 아는 친구에게 팁을 제공받았지만 친구도 딱히 강의가 아니라 과외라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샘솟는 학원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원장은 환한 웃음으로 나를 반겼다. 분위기는 내가 다녔던 학원과 매우 비슷하였다.
원장 이름은 설경석이었다. 설원장은 "그래요, 이번이 처음이라고.."
나는 "네"
원장은"강사라는 직업이 참 그렇습니다. 애들도 사랑하셔야 하고 자신이 가진 커리어에 최선을 다해야 하실 수 있습니다. 처음이시니 중등부 시간으로 배정을 해 드리지요. 해보시겠습니까?"
나는 놀라서 "합격입니까?"
설원장은 "네, 그러나 조건이 있습니다'
나는 "뭔지.."
설원장은 "우리 학원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소수 정예반 운영입니다. 그리고 오후 3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이고 한 명의 학생이 그만두게 되면 선생님 월급이 10만 원씩 차감됩니다. 후.. 그리고 그만두시게 되면 한 달 전에 이야기해 주세요"
나는 궁금했다. 월급, "저 그럼 월급은 "아 중요하죠. 중학교 처음이시니 저희가 기본급 200백만 원으로 해드리겠습니다. 저희와 인연이 되어서 오래 하신다면 인센티브까지 생각해서 더 많이 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돈은 그저 그럤다. 하지만 이게 어딘가.
난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서점에 가서 중학교 수학 문제집을 사서 공부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도 직접 문제집을 사서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 이게 뭔가 싶어서 신기했지만 문제는 쉽게 풀렸지만 어떻게 설명하는가에 숙제를 안고서 나는 열심히 강의 준비를 했다. 찐따의 인생을 구원해 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절로 좋아졌고 엄마의 반찬가게에서도 열심히 준비하면서도 엄마는 공부를 하라고 은근히 나에게 므흣한 마음을 내보이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학원을 갔다. 신나는 분위기 교무실로 향해서 인사를 드리고 나에게 놓인 교재를 보며 두근 거리는 마음을 어찌할 줄 몰랐다.
드디어 첫 수업, 첫 수업이라 설원장이 인사를 시켜주겠다며 함께 했다.
이제 갓 중학교 2학년이 된 아이들. "원장님 우리 선생님이세요?"
원장은 "그렇다. 아주 젊으시지? 너희들의 성적을 팍팍 올려주실 거다"
"안녕하세요" 나는 인사를 했다.
원장은 "자 그럼 수고해요"
그렇게 문이 닫히자마자 아이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선생님 대학 어디예요?"
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경기도 권이야"
앞에 앉은 학생이 "에이 이건 아니지" 하며 큰 하품을 하며 눕는다. 그리고 뒤이은 질문 "결혼하셨어요?" 빈정거리는 질문이다."아니 아직"
그때 한 여학생이 손을 들었다."연애해 보셨어요?"
난 "아니"
애들은 깔깔 웃었고 "야 얼굴이 아니잖아" 더 크게 웃는 아이들 , 그때였다. 설원장이 문틈 사이로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자 수업하자"
아이들은 "에이 첫날인데 질문받아 주세요. 질문! 질문!" 아이들은 고성을 질렀고 나는 어찌할 줄 몰라서 "그래 그럼 5가지만 받을게"
그때 맨 뒷자리에 앉은 남학생이 질문을 했다. "왜 학원강사 하세요?"
뜻밖의 질문이다. "그냥 하다 보니" 너무 팩트가 없다.
그리고 연이은 질문이었다. 그렇게 질문을 마치고 첫 페이지를 열고서 시작했다.
"자 연립 방정식은 기본적으로 수와 연결된 함수야, 그러니까 A와 B의 관계를 생각해서 문제를 풀면 훨씬 쉬어져"
앞에 빈정이며 질문 한 학생이 이야기했다. "아니 그걸 몰라서 우리가 앉은 아닌데.."
갑자기 일어섰다.
"저 이거 학교에서 받은 건데 풀어주세요"
계획에 없는 이야기였다.
애들은 다들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고 나는 수업이 아니므로 풀어 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이름을 물었다. "이름이.?"
"아 저요, 박상혁요"
"그래 상혁이 그 문제 선생님 카피해 놓을 테니 다음 시간이 다 같이 풀어보자"
상혁이는 "이거 학교에서 준 수행평가인데 지금 풀어야 하는데, 다음에 풀면 풀 필요가 없어요. 내일까지 다 풀고 내는 거라서. 아 뭐야"
힘 빠지는 소리다.
나는 "그럼 수행평가는 각자가 풀도록"
그리고 어느 사이에 종이 울렸다.
갑자기 다리가 풀렸다.
교무실로 향하고 다른 선생님들은 다음 수업 준비를 했다.
나는 공강 시간이 30분이 있었지만 다음 수업이 중 3이었다.
함수를 규명하는 수업이었는데 나도 중3에서 가장 어려운 파트였기에 더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띵동댕동"
또 설원장이 인사를 시작했고 아이들은 같은 질문을 했다. 나는 처음보다는 능숙하게 대처를 했고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밤 10시가 되어서 수업을 마치고 퇴근을 했다.
엄마는 밥을 먹자고 하셨고 이미 진이 빠진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엄마는 강사도 나쁜 직업은 아니니 그 길로 가라면서 괜히 기뻐하셨다.
생각해 보니 내가 누군가에게 뭔가를 가르친다는 건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첫날부터 몸이 굳었던가, 괜히 몸이 떨린다. 갑자기 동굴에 들어가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피하고 싶었다. 괜히 학원강사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밤에 한숨도 잠을 잘 수 없었다.
샘솟는 학원에서 나는 적응을 했다. 아이들 이름도 어느 정도 익혔고 아이들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3개월이 될 무렵 묘한 소문이 흘렀다. 중2 국해준이라는 친구가 찐따라는 소문이 돌았다. 나도 대충 감은 잡았지만 강사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돌았다.
영어강사 미영 씨는 "아니 우리 영어 수업 때도 그 친구 발음이 되게 웃겨요. 그리고 문법은 얼마나 못하는지 신기한 건 시험을 잘 치니까 또.." 그 사이 국어강사 김준식은 "우리 국어시간에 그 친구가 졸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틈에 질문을 하면 틀려야 하는데 또 맞춰요. 그게 참 신기해. 눈 뜨고 자나?" 다들 하하 호호였다. 듣기 불편했다. 갑자기 나에게 질문이 들어왔다. "수학선생님 시간은 어떠세요?"
나는 "느려서 그렇지 곧 잘 풉니다"라고 했다. 강사들은 "애가 그런 게 있나 보네 똘똘하지는 못해도 노력형. 그런데 애들하고 교우관계는 별로 인가보다"
그때였다. 국어 김강사는 "애들 사이에서는 찐따라고 하던데? 하긴 그 친구 옷도 늘 그대로, 먹는 것도 제가 봤을 때는 아마 잘 먹어야 삼각김밥. 애들 소문에는 부모님이 파지를 주우신다는 이야기도 있고"
영어강사 미영은 "진짜요? 애들이 그래서 그 친구 보면 파지, 파지 하는구나" 뭔가 이해를 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이런 수다를 하면서 아이에 대한 신상정보를 터는구나 싶어서 불현듯 자신의 중학교 학원 생활을 떠올렸다.
내가 찐따였는데 그때 그럼 강사들도 나에 대해서 민철이는 찐따였구나 했을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어쨌든 일단 들은 이상 남 같지 않아서 해준이를 따로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 30분이 있었다.
"수업 마치고 해준이는 문제 집 들고 교무실로"
친구들은 "야 너 또 숙제냐? 잘 좀 하지 으이그 찐따" 확실하게 들었다. 찐따라고
이런..
조용한 교무실 나는 먼저 음료를 건네며 "해준이는 힘든 거 없냐?"
해준이는 "네"
나는 "선생님도 중학교 고등학교 찐따였다"
너무 충격이 컸을까. 눈을 동그랐게 뜨며 "선생님 저 찐따 아니에요"
나는 "그러게 그런데 애들은 왜 그렇게 부를까?"
해준이는 "저희 집이 못 살고 제가 실제로 그래요"
나는 "선생님이 지나고 보니 말이야 , 그 찐따라는 캐릭터는 아무나 못 가지는 캐릭터야. 그냥 학생이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캐릭터. 물론 그때는 힘들지. 그런데 지나고 나면 말이다. 아무리 힘든 일도 다 견뎌 낼 수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힘을 내도록"
해준이는 갑자기 눈물을 보이며 "선생님 집이 가난하면 어떻게 해야 해요?"
나는 "그럼 네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 가면 되는 거지"
해준이는 "선생님은 왜 찐따가 되셨어요?"
나는 "나도 힘든 집안 그리고 나는 약했어. 그래서 포식자가 보기에 만만했지"
해준이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돌아서는 녀석의 어깨가 낯설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 나에게 찐따는 어떤 의미였을까? 빵셔틀 아니면 내 존재에 대한 부정. 모르겠다. 그때는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엄마는 엄마대로 힘들었고 나는 나대로 힘든 삶을 살아서 우리는 각자의 사춘기를 맞이하며 살았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찐따를 벗어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찐따의 기록이 마음에 남은 건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아프다.
그다음 날 난 학원에서 찐따가 되어 있었다. 해준이가 소문을 다 내고 다녔다. 아이들의 눈빛이 달랐고 내 지난 과거를 알아본다고 고등학교를 파고 있었다. 아이들은 수업에 집중을 하지 않고 왜 찐따가 우리를 가르칠까에 의문을 가지고 보는 것 같았다.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었다.
그래도 수업은 해야겠기에 문제를 풀어가며 시간을 때울 참이었다.
그때였다. 상혁이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선생님 자격 없는 거 아시죠?"
갑자기 들어온 질문이 난감했다. "무슨 소리지?"
상혁이는 지지 않고 "아니 대학도 경기도 무슨 대학에 찐따셨다면서요. "
나는 "다 과거야, 그리고 내 삶이 수학을 가르치는 것과 무슨 의미가 있지?
상혁이는 "아니 우리가 배울 게 없어요. 솔직히 풀이 과정도 답지와 같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첫 달은 처음이시니까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좀 아니신 것 같아요"
그때였다. 옆자리 준영이가 "선생님 찐따에게 그러셨다면서 파이팅 해라 다 지나면 과거다. 선생님도 찐따였다. 우리가 그런 이야기까지 들어가면서 배워야 합니까?"
이건 선을 넘은 거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는 화를 내며 "자 그만하자!!"
그리고 남은 시간은 10분이었다. 각자 문제 10문제 풀어오고 더 이상 그 이야기는 나오지 말도록 하자고 했다. 그 10분은 정말 지옥이었다. 하지만 다른 지옥은 이제 시작이었다.
다음날 학원을 갔다. 교무실 분위기가 무겁다. 늘 웃으며 반겨주시던 강사들이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설원장도 얼굴에 근심이 한가득이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회의가 있다며 교무실에 모이라고 했다.
설원장의 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옥이 시작이 되었다.
"자 우리 학원이 10년이 넘은 학원입니다. 다들 아시죠? 그러다 보니 어머니들의 파워가 막강합니다. 솔직히 우리 학원은 아이들이 어머니들이 소문에 소문을 듣고 묻고 오는 학생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러디 보니 한 명이 그만두면 여러 명의 이탈이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몇 번의 고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고비가 큰 건 처음입니다. 어제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런 강사가 왜 있냐고? 저도 처음 듣는 이야기고 확인을 하고 전화를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김민철 강사님 애들에게 나도 찐다였다 뭐 이런 이야기하고 다니셨습니까?
나는 "아니 국해준 학생이 친구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않아서 다니기에 힘들 것 같아서 선생님도 그런 경험이 있었지만 지금 너희들을 가르치고 있지 않느냐라고 이야기를 했고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국해준 학생에 대한 평판은 다른 선생님들도 아신다고 생각합니다.
뒤이어 설원장은 "그럼 다른 학생들의 질문에는 왜 그런 식으로 묻냐고 따지셨습니까?"
나는 "그건 가르치는 것과 다른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고 강사에 대한 인격모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설원장은 "인격모독요? 지금 선생님께서 우리 학원에 대한 모독을 하신 겁니다. 우리 학원은 철저하게 아이들 위주로 운영하는 학원입니다. 어제 전화를 제가 몇 통을 받은 줄 아십니까? 제가 일일이 전화를 받아서 듣고 처리하느냐 잠을 못 잤습니다. 좋습니다. 그건 선생님의 과거니까요. 그렇지만 아니라고 말씀하셨어야죠. 그렇게 솔직하게 사실 필요가 없었습니다. 어제 그만둔다는 학생이 5명이나 되었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일어나셨어요. 김강사님이 그만두시지 않으시면 다 보내지 않겠다는 보이콧이 있었습니다. "
적막한 분위기, 나는 "네 그럼 그만두겠습니다"
설원장은 "학원이 첫 경험이라고 하셨는데 학원에서 강사는 광대입니다. 이 점을 유의하시고 건투를 빕니다. 오늘 수업은 영어 선생님께서 수고해 주세요"
영어강사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오늘 자체 모의고사 하는 날입니다"
그렇게 나는 학원강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집에는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까?
교무실에서 짐을 정리하는데 아이들이 "찐따 선생님 잘 가세요"라고 하는데 정말 주먹이 쥐어졌다. 그때 해준이가 왔다. "선생님 죄송해요 아이들이 저에게 자꾸 물어봤어요.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해서.."
나는 "알겠다" 했지만 배신감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 찐따는 그렇다.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존재다. 이해해줘야 하는 존재다.
내 20대의 찐따가 마무리 지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