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타임아웃

by 몽접

학원을 그만두고 다시 엄마의 반찬가게 일을 도왔다. 꾸준히 구직을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능력이 부족해서 모시지 못하니 다음에 보자는 이야기뿐이다. 결국은 시간을 낚는 강태공이 답이다. 아니 김태공이 답이다. 얼마나 흘렀을까 거의 두 달을 그렇게 보내 던 중 메일이 한통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작은 회사입니다. 엔지니어와 기계공학 개발자를 찾는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을 찾습니다. 김민철 씨를 보고 싶습니다. 스타트업을 하고 있습니다. 열정이 있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하시죠-


낚시성 메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또 호구구구나 싶었다. 하지만 다시 메일이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화번호가 있다.

결국 전화를 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 메일 받고 전화드리는 김민철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스타업 대표, 에리조라 최입니다. 한국 이름은 최은철입니다. 전화를 기다렸습니다"

"아니 무슨 일 때문에.."

"저희는 공과 대학 전공자에 많은 경험을 가지신 분을 찾고 있는데 민철님께서 가지신 역량을 사고 싶습니다"

나는 "저는 역량이 없습니다.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

최는 "아닙니다. 저희 회사에 오시면 개발자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 사신 인생을 보니 크레이티브 하실 것 같아서 저는 그 아이디어를 사고 싶습니다"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다.

난 솔직히 "지금 장난 전화 하신 거라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최는 "아닙니다. 레이버에 검색해 보시죠. 저희 회사는 창립 6주년이고 최근 새로운 개발 프로그램으로 상장한 회사입니다. 나이는 20대에서 30대까지이고 회사 직원수는 20명이지만 각자의 몫을 다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 회사에 지원을 해주고 계시고 저희 같은 경우는 헤드헌터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 계시지만 탐나는 지원자의 경우 제가 직접 연락을 드리고 있습니다"

난 "언제 면접이 되는가요?"

최는 "편하실 때 하시죠"

난"그럼 내일로 하겠습니다. 주소 불러 주시면 찾아뵐게요"

그렇게 애리조나 최는 자세한 주소와 약도를 폰으로 보냈고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면접을 가기는 처음이었다. 별 기대 없이 갔다. 지하철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직장이라 생각하면 괜찮은 곳이었다. 내가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개발 프로그램이라면 뭘까 싶어서 궁금하기도 하고 막상 계속 놀려고 하니 엄마 눈치도 보여서 가야 했다.


회사는 정말 깨끗하고 활발한 분위기를 전했다. 노래를 들으며 일을 하는 직원부터 아이팟을 끼고 혼자서 일하는 직원부터 비품실에 침대가 있어서 자는 직원까지 해외에서나 볼 법한 광경을 보자니 입이 벌어졌다. 애리조나 최, 그러고 보니 이름이 신기했다. 나를 이끈 여자는 이름이 에메랄드 이 라고 적혀있었다. 이 회사는 다들 영어 이름을 쓰는가 싶어서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애리조나 최는 전화를 하고 있었고 나는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대기실은 아주 아늑했으며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여태까지 많은 면접을 봤지만 이런 환경은 처음이다. 에메랄드 이는 내게 커피나 음료를 고르라고 해서 나는 커피를 골랐고 갓 내린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권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애리조나 최를 만날 수 있었다.

"롱 타임 롱 씨, 베리 베리 쏘리 "

악수를 청하는 애리조나 최, 나는 "아닙니다"

최는 환하게 웃으며 정장을 입었는데 정말 잘 생겼다.

"어떠세요? 우리 회사 분위기? 자유롭게 보이지 않으세요. 우리 회사는 미래 한국의 구글을 목표로 합니다. 물론 구글이 전부는 아니죠. 저희 회사는 또 저희 회사만의 값이 있으니까. 매우 자유롭습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통 5층을 전부 사용하고 있고 1층은 카페테리아 2층에서 4층까지는 근무실 5층은 테라스 가끔 회식도 하고요. 각자의 개성이 다르니까 실명을 사용하기도 하고 영어이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나는 "제가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요?"

최는 "여러 경험을 하셨던데 , 최종적으로 하시고 싶으신 일이 없으실까요?"

갑작스러운 질문이다. "글쎄요.. 늘 저는 구직을 원하던 사람이라 제가 뭔가를 창조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런 제안은 생각도 못했고요. 그래서 버스를 타면서 생각을 한 게 우리나라가 100세 장수 국가이니 뇌를 AI로 바뀌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제일 먼저 퇴화하는 게 뇌니까 그 칩을 사서 넣는다거나 아니면 돈이 많은 사람은 아예 뇌를 AI로 넣어서 평생을 사는 거죠."

박수를 치는 애리조나 최는 "좋습니다 좋습니다. 바로 제가 원하는 답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있습니다. 사실 미국의 부호들은 영생을 꿈꾸거든요, 그러니까 돈이 문제가 아니란 말이죠. 저도 그럴 것 같습니다. 일단 우리 팀원들 중 AI개발 팀에 합류를 하셔서 시작하시죠. 그리고 연구개발비는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 회사는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드립니다. 음... 아, 월급은 매달 10일이고 300백만 원입니다.

추가 인센티브는 그때그때 달라서 연봉제로 드릴 수 있고 기타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실까요?"


너무 후루룩 이야기하는 최에게 나는 홀려서 "아뇨"

최는 "근무는 바로 다음 주로 하시죠. 기대하겠습니다"

그렇게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내 인생에 이런 일은 기대하지 않았다. 다들 프로그래밍한다고 학원을 다니는 걸 봤었지만 내가 한다는 건 꿈에도 꾸지 못한 상황, 내 인생에도 어쩌면 해가 뜰지 모른다는 생각에 기분이 날아갔다. 엄마는 어떻게 됐냐고 물으셨고 나는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번번이 찐따의 삶을 살아온 내게 큰 기대는 없으셨다.


양복을 차려입고 비긴 스타트업에 출근을 했다. 일단 사원증을 받았다. 어딜 가나 사원증을 찍어야 갈 수 있었다. 이게 소속감이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았다. 애리조나 최는 아침에 회의를 연다고 모두 컴퓨터 앞에 모이게 했다.

"하이 여러분 모두 잘 잤는가, 나는 어제 너무 기뻐서 잠을 못 잤어. 돈 냄새가 났거든. 그런데 말이야. 우리 스타트업이 상장을 하고 매출 최상을 올해 더 찍을 거라는 꿈을 꿨는데 이걸 어떻게 안 전해. 자 다 같이 레이즈 업!! 사람들은 두 손을 들고 "야호"라고 외쳤고 애리조나 최는 이어갔다. 이번 하반기 매출 30억을 찍으면 우리 이사를 가자고, 이 빌딩 너무 작아. 그래서 회사 명도 바꾸고 사람도 더 뽑고 아 이번에 우리 신입 김민철 씨를 소개합니다. 다 같이 인사!!"

갑자기 내 얼굴이 커졌다. 이런 드론으로 나를 찍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김민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최는 "민철 씨는 내가 직접 뽑은 영재. 이번 AI팀에서 크레이티브를 맡으실 거고 우리 회사에 막대한 돈을 해주실 분으로 믿고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다, 아이디어 그리고 열정 나는 이 두 가지만 가지고 있으면 무섭지 않다 이거지. 오늘도 다들 파이팅이고 그럼 굿바이"

사람들은 각자 일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배정된 팀으로 가서 자리를 앉자마자 일을 시작했다. 구체적인 보고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일단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하고 처음 써보는 연구서다. 너무 설레어서 그런가 오타도 많았고 말이 많아지는 느낌에 뭔가 정리가 필요했다. 옆에 직원에게 부탁을 하니 지울 것은 지우고 채울 것은 같은 팀 직원이 팁을 주었다. 하지만 다들 너무 바쁘게 일을 하니 내가 놀고 있다고 느껴져서 왠지 모를 죄책감은 어쩔 수 없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점심시간 우리 팀은 같이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얼떨결에 같이 간 모임에서 우리 팀장은 회사 스타터였다.

"민철 씨, 처음에는 해롱해롱하시는데 하시다 보면 직각 어깨 생기십니다" 환하게 웃으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팀장은 "제 이름은 브레인 배입니다"

악수를 했다.

"어머 팀장님 촌스러워" 옆에 있던 직원이 웃었다.

"저는 삐삐 윤요"

나는 "다들 이름들이 개성이 강하시네요"

삐삐윤이 "그러지 마시고 영어 이름 하나 하세요"

머리를 글적이는 나에게 삐삐윤은 "음... 그래요, AI 팀이니까 로봇 김 어때요?"

나는 "너무 딱딱해서.. 그럼 제가 만드는 사람이까 메이드 김으로 어떨까요?"

삐삐윤은 "굿"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선데이 박이 인사를 청했다. "저는 작년에 입사했습니다. 아직 걸음마죠. 회사는 좋습니다. "

선데이 박은 "일요일이 좋아서 선데이라고 했는데 선데이라고 하고부터 일이 잘 풀려서 그냥 선데이라고 했죠" 이름 따라간다며 강조를 많이 했다.

마지막 옆에 있던 제로넘버 강은 "오신 거 환영해요. 저는 컴공요. 컴퓨터를 정말 좋아해서 몇 대 해 먹었어요. 그러다가 여기 와서 그만해 먹고 공부하면서 여기서 재미있게 살아요"

티타임을 끝으로 오후는 더 열심히 일을 했고 마치면서 각자 내일을 또 희망으로 보자며 웃으며 헤어졌다. 내가 다녔던 회사 중 최고다.

애리조나 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기분이 좋다.


회사를 다닌 지 어느덧 5개월 어느덧 성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팀은 아직 성과는 없고 대신 빵빵한 리포트는 완성했다. 발표를 누가 할지 고민을 했는데 다들 나에게 입사기념으로 재미있게 하라고 했다. 연습에 연습을 하고 당일 나는 편안한 복장을 하고 시작했다.


"저희 AI팀 발표를 하게 된 메이드 김입니다. 상당히 떨리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떤 걸 기대하고 계시나요?. 대박요? 저희는 그럴 수 없습니다. 대박은 한 방인데 저희 팀은 앞으로 계속 대박을 낼 거라서 하하하.. 네 그럼 저희 AI팀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저희 팀은 앞으로 인류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그래서 하우와 와이라는 단어에 집중을 했는데요 작년 분기별 보건 실적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로 인해 조력 안락사가 인구의 20퍼센트가 넘었습니다. 인간은 왜 오래 살려고 할까요? 죽음이 무섭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 주목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죽음을 미룰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조력 안락사를 도와주는 옙을 개발하기로 했고 그 옙의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일반사람의 뇌가 앞으로 얼마나 퇴화할 수 있는지 예측가능한 프로그램이며 비용은 일반인 기준 1회당 200백만 원입니다. 한 번 옙을 사용하면 데이터로 남아 다음 기능예측 프로그램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두 번째 생체인식 프로그램입니다. 이것은 뇌에 개인의 바이오리듬의 평균을 인식시켜서 뇌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기능입니다. 이것 역시 칩으로 가능하며 엡을 사용하여 대체 가능한 프로그램입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폰에 연결하면 바이오 리듬을 체크할 수 있으며 건강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입니다. 조력 안락사 프로그램입니다. 생체 인식과 우리 프로그램을 하고도 살고 싶지 않을 때 안락사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안락사를 도와 드리는 프로그램으로 우리는 "GO BACK"이라고 지었습니다. 원래의 나이로 돌아가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연세가 70인 분이 저희 도움으로 뇌가 40대로 회춘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사셨던 분이 자신의 삶에 더 이상 미련이 없어서 죽고 싶다고 하시면 저희는 그 프로그램을 꺼드리는 기능을 하는 겁니다. 이 기능은 오로지 본인의 의지가 백 퍼센트입니다. 비용은 가장 많이 들어갑니다. 천만 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망의 숨겨진 카드를 설명하겠습니다. 저희 사업은 미국과 프랑스 그리고 스웨덴과 지금 협업을 준비 중입니다. 광고를 할 경우 소비자 계층을 생각해서 포지션을 정하여 좀 더 단단한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목표설정을 할 예정이라 해외 사업에 대한 준비를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여 꾸려 나갈 생각입니다.


인간은 먼 여정을 걸어서 빙하기 이후 살기 위해 허들을 넘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살기 위해 또 여정을 넘어가야 하는 존재입니다. 저희는 여기에 포인트를 둬서 저희 조의 이번 발표의 제목은 "LIFE IS BEAUTY"입니다.

감사합니다"


주위에서 박수소리가 났다. 오호호호 후후후후.. 삐삐삐~~~~~~

그때 애리조나 최가 나왔다.

"아니 이렇게 단단한 발표가 있었던가? 아니 뭘 어떻게 한 거야. 와우. 그래 맞아. 우리 엄마도 오~~~~ 래살고 싶어 하셨지. 그런데 끽~ 나는 사실 그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있어야 오래 살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다 돈이네. 이런. 여하튼 각설하고 메이드 김 발표를 들으니 돈이 굴러 들어오는데 그럼 해외 컨텍은 언제야?"

나는 "아직 조율 중이라 , 아마 2주 후에 미국 그다음 프랑스 될 것 같습니다"

애리조나 최는 "야후~~ 자 다들 긴장하자. 우리 돈방석에 앉을 것 같아.!!! 그리고 다른 팀 발표는 다음 주부터 시작하고 우리 다들 힘들게 시작하자고, 나는 그대들을 위해서 오늘 커피를 쏩니다. 커피차가 오늘 회사 앞에 있으니 맛있는 빵도 드시고 마음껏 와우!!"

직원들은 박수를 쳤고 분위기는 환상이었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삐삐윤이 나에게 왔다. 윤은 "우리 빨리 먹으러 가요"

난 웃으며 "저 이상했죠?"

윤은 "돈 워리 어바웃" 웃으며 안경을 올리는데 그때 선데이 박도 동참을 했다. "아니 아침 커피에 샌드위치면 좋지~" 그렇게 우리는 커피차로 향했다. 어쩌다 인터넷에서나 보던 연예인 커피차였다.

애리조나 최의 문구가 펄렸였다.

-사랑하는 당신들의 피가 원해, 파이팅-

나는 미소를 지으며 "저는 아메리카노랑.. 음.. 네.. 샐러드 빵 하나 주세요"

줄을 서서 다들 먹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선데이박은 "맛이 좋은데요, 우리 출장 갈 때 비즈니스석인 거 아세요?"

나는 "아뇨, 경비가 많이 들 텐데요.."

삐삐윤은 "돈워리, 우리가 곧 돈인데 무슨 걱정, 그런데 영어는 좀 하실 수 있으세요?"

나는 "아니요. 요즘 영어회화 공부를 하는데 걱정이네요"

선데이박은 "그냥 부딪히면 오케입니다. 하하하하"

그렇게 우리는 30분을 수다로 있으면서 아침을 시작했다. 일단 미국과의 컨텍이 필요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뇌에 칩을 이식하여 돈이 많은 부자들은 알츠하이머를 미루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돈을 많이 다운사이즈 할 것을 요구했지만 우리에게는 기술이 더 필요했기에 일단 보류라는 단어로 대신했다. 그리고 프랑스는 이미 안락사를 허락한 나라였기 때문에 급하지 않아서 설득이 필요했다. 이것도 난관이다.

선데이박은 프랑스 지인을 통해서 회사를 컨텍하겠다고 했는데 이것도 쉬운 건 아니었다. 스웨덴도 만만하지 않다. 스웨덴이야 말로 안락사를 오래전부터 돕고 있는 나라이다. 결국은 이곳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문제인데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한 번 컨텍을 한 회사와 의견을 주고받은 결과는 처참했다. 많이 발전한 국가 일 수록 다양한 옙이 계발되어 있었고, 심지어는 무료로 진행할 수 있는 안락사 프로그램도 있었다. 물론 병원에서처럼 디테일이 있지는 않았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이나 홈리스들에게는 접근 가능성이 높아서 매우 유용한 프로그램이었고 국가지원 안락사 프로그램도 있어서 우리나라 나이로 만 50세가 되면 신청을 해서 적금을 넣듯이 일정 금액을 넣으면 나라에서 안락사 지정병원으로 연결해 주기도 한다. 스위스는 자신의 죽음을 남에게 맡기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자부심을 가지고 만든 옙을 설명하는데 그들의 입에서는 NO라는 말이 나왔으니 더 이상의 설득은 무리였다.


빠른 스텝으로 우리 부서는 일을 준비했다. 이곳에 정착한 지도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갔다. 회사는 정말 자유로운 복장에 복지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을 이루고 있었다. 엄마는 내게 말씀은 안 하셨지만 볼 때마다 "우리 아들 요즘 최고다" 하시며 엄지를 올리셨고 나는 "돈 많이 버니까 이제 반찬 장사 접어"라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그냥 놀면 뭐 하냐? 그냥 노느니 하는 거지" 라며 끝까지 반찬 장사를 하셨다. 단골 고객들의 앙코르 요청에 늘 열리는 반찬가게는 나날이 흥했다. 기분 좋은 일 년을 보내며 나는 잠시 잊고 살았다. 내 인생이 찐따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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