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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22. 2024

내 생애 가장 비싼 신발을 받았다.

난 신발 애호가이다. 구두보다는 운동화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돈을 벌면 운동화를 보러 눈구경을 간다. 그렇게 저렇게 모은 운동화를 닳아 없어질 때까지 신다가 폐기처분하고 또 사고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 정도 많아져서 한 번 일괄정리를 했는데 너무 많아서 이렇게 많은 신발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의 절반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2-3년 운동화를 사지 않고 이번에는 로퍼에 관심이 있어서 로퍼를 샀는데 운동화를 사야지 하고 페이지를 열었는데 세상에 이런 그 브랜드가 없어졌다. 한때는 잘 나갔었는데 , 왜?라는 물음을 뒤로하고 아예 없어졌다. 허망함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그 브랜드에서 파는 신발과 가방을 꽤 샀던 터라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버리기에는 너무나 멀쩡해서 지금도 잘 신고 있다.



최근이다. 나의 깊은 내면의 울림으로 우울함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렇게 생활을 하고 또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던가,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터에 제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주소가 예전 그 주소가 맞던가요?"

갑자기 연락이 와서 "응 그런데 왜?"

그리고는 간단한 안부를 묻고서는 끊었다.

서로가 바쁜 요즘 난 제자에게 사회 첫 생활을 잘하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렇게 잊고 있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퇴근하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현관문에 택배가 있었다.

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주문이 없었는데 무슨 택배인지도 모르겠으나 받는 사람은 나인 게 맞다.

확인을 하니 제자가 내 이름으로 뭔가를 주문했다.


옷을 정리하고 박스를 개봉하니 운동화였다.

이런 평소 내가 꽃을 좋아하는 걸 알고서 꽃이 달린 운동화 한 켤레를 선물했다.

난 반갑기도 하고 이제 막 사회생활을 해서 힘든데 받아도 되는가 싶어서 카톡을 했다.

제자는 마음을 가볍게 하라며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리고 순간 눈물이 났다.

사이즈를 잊지 않고서 보낸 제자에게 고맙다는 말 그 이상을 할 수 있었으나 회사일이 바쁘니 밥을 사겠다고 했다.


제자는 신어보라고 했고 나는 신어서 사진을 남겼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운동화를 선물 받았다.


제자 고마워, 그리고 잊지 않을게.

늘 세심해서 나보다 더 어른 같은 너에게 배우는구나. 이 운동화 신고 씩씩하게 살게.

고맙다.^^


사람들은 그런다. 언젠가는 힘든 일이 나중에는 웃는 날로 바뀐다고. 나도 그러길 바란다. 그러길 바라는 사람이 한 사람이 더 있다. 제자이다. 아니구나. 나를 아는 이들이다. 그래서 나는 버티려고 한다.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이 그러셨다. 인생의 바닥은 원래 더 바닥이 더 있으니 겁먹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진정한 바닥은 바닥이라고 느끼지도 못한다고 하셨다. 나에게 지난주 밥을 사주시겠다고 회식도 멀리 하시고 밥을 사주시며 나에게 너답게 살아왔으니 그거면 된 거라고 하셨다. 별말 아닌 그 말이 그냥 눈물이 나와서 있는데 선생님께서는 말없이 들어주셨다.


난 "어른으로 사는 게 힘드네요"라고 했더니 선생님께서는 "원래 사는 게 힘들지"라고 잔잔한 미소를 보이셨다. 그렇다. 요즘 삶이라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진정성 있게 생각 중이다. 그래서 어떤 삶이 답이지?라는 물음에도 생각이 많다. 하지만 답은 없다는 모순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다.


부지런히 살았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래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

난 평생 가장 비싼 운동화를 받아 들고 걸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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