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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l 22. 2024

나이가 드니 엄마 모습이 내게서 보인다.

언젠가부터 나는 청소 결정적 결벽증이 되었다. 밥은 안 먹어도 청소는 반드시 해야 한다. 아침부터 출근하는 전쟁통에도 이불을 청소해야 하고 시원하게 털고 말고 그리고 널리고 나머지는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이렇게 전쟁이 끝나면 저녁에 들어와서 또 닦는다. 누가 사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렇다. 그리고 뭐든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어느 순간 책에 위치가 바르지 않으면 자다가도 읽어나서 자리를 잡아야 하고 뭔가 위치가 바르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여름이면 습기가 많아지니 더 예민해져서 모든 것이 전쟁사태이다. 나는 쓰레기가 쓰레기통에 쌓이는 걸 참지 못한다. 쌓일 법 하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정리를 해야 하고 그 종량제 봉투도 보기 싫어서 구석에 넣어 놨다가 어느 정도 차면 바로 버린다. 음식물 쓰레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이렇게 살게 된 게 생각해 보니 혼자 살면서 처음부터는 아니고 대략 10년 정도 된 것 같다.


어렸을 때 엄마는 여름이면 대나무 장판을 하루에 4번은 기본으로 닦으셨다. 나는 그게 싫어서 "엄마 한 번이면 되지 뭘 그렇게 닦으셔?"라고 물으면 "하나라도 더 깨끗해야지, 보기에는 이래도 다 때가 있어"라고 그 좁디좁은 방도 하루에 3번은 기본으로 청소를 하셨고 유명한 일화는 아빠는 초청받으신 집에 가서 음식을 못 드셨다. 결정적으로 아빠 말씀에 의하면 청소가 안된 상태를 보고서 드시지를 못했다고 하는데 엄마 아빠 모두 두 분 다 엄청 깔끔하셔서 나는 그게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았는데 나이가 들고 내가 지금 이러고 살고 있다. 귀찮아서 그냥 눈을 감으면 계속 눈에 거슬려서 더 보게 되고 결국은 일어나서 다 청소를 해야 하고 얼마 전에는 책을 정리했는데 내가 늘 말하는 "내가 책을 사면 사람이 아니다"를 몇 번을 말했는지 모른다. 혼자서 울고 웃다가 결국은 땀과 사투를 벌이면서 정리를 했다. 


그냥 넘기면 아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사건을 만드니 이것도 되물림인가 싶어서 예전을 떠올리니 엄마와 다를 게 없으니 어렸을 때는 나는 절대로 이렇게는 안 산다고 생각했는데 살면 살수록 엄마 모습이 나오니 정말 치명적이다.


밥그릇부터 음식 그리고 지금은 청소까지 디테일은 악마라고 정말 모든 게 엄마의 모습이 녹아있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열심히 자식을 키우셨다는 결론인데 내가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하면 절대로 못 산다는 결론이 나온다. 쉽지 않다.


어제는 거울을 닦는데 정말 딱 눈까지만 아빠 모습이고 나머지는 엄마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놀랐다.

나이가 들면서 나도 모르게 엄마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그렇다.

사람은 이래서 나이가 들면 뭐든 달라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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