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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Oct 24. 2024

엄마의 패스트푸드

패스트푸드는 그야말로 빨리 먹고 빨리 자리를 떠야 하는 음식이다. 그래서 햄버거가 딱 떠오르겠지만 나에게는 김밥이다. 어릴 적 김밥은 나에게는 패스트푸드였다. 엄마 아빠는 늘 바쁘셨고 주말이 되면 그제서야 개다리소반에 같이 밥을 먹으며 한 주를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를 하며 약간의 과일도 먹으며 서로의 주제를 귀에 담아 들었다. 


엄마는 정말 김밥을 많이 만드셨다.

일단 아침 7시에 우리를 깨우면 우리는 눈을 겨우 뜨고 엄마는 후루룩 청소를 하시고 아빠는 자전거를 타시고 출근을 하시고 엄마는 "빨리 먹고 가자" 하시며 어디선가 책상을 가져오셨는데 그때 잦은 출몰이 김밥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좋았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어질 했고 김밥이니 간단하고 같이 먹는 보리차는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가면 질린다. 그걸 아셨는지 엄마는 갖은 김밥을 만드셨다.


지금 기억에도 김치김밥. 계란김밥. 샐러드김밥 등등 최소 6가지 버전으로 만드셨는데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많이 만드신 건 김치김밥이다. 김치김밥은 엄마가 김치를 정말 많이 하셨다. 김장을 하는 날은 우리 집 잔치였다. 일 년 먹을거리라고 엄마는 무슨 김치를 그렇게 하시는지 하루 종일 김치를 하시고 마무리는 수육을 해서 고기를 먹고 자주 안 사주시는 콜라와 함께 먹는데 그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아빠는 막걸리와 드셨는데 그날은 아빠도 흥이 나셔서 "아 좋다" 하시면서 막걸리 한 병을 다 비우고서야 잠에 드셨다. 그렇게 전쟁 같은 김장은 독에 넣어서 일 년 내내 먹었고 질릴 즈음되면 김밥에 들어가서 어김없이 소비가 되는 알뜰한 녀석이었다.



몇 주 전 엄마가 서울로 상경하셨다. 집안에 결혼식이 있어서 오셨는데 원래는 결혼식만 보시고 가신다고 했는데 기습방문을 하셨다. 솔직히 이렇게 되면 나는 할 말이 없다. 오시자 마자 냉장고 문을 열어보시고는 "아니 먹을게.." 하시며 나를 보시더니 "아니다" 하시고는 어딘가로 가셨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두 손에 가득 찬 뭔가를 들고 오셨다.

이래저래 먹으라고 라면까지 사 오셨다.

난 "엄마 나 잘 안 먹어"

엄마는 "이제 나이가 있어서 안 먹으면 절대 안 돼"

나는 "어..." 하고 말을 흐리는데 엄마는 "일해"

라고 하시면서 뭔가를 하실 듯 움직이셨다.


그리고 나는 무척 바빠서 솔직히 엄마의 움직임을 볼 수 없었다.

그렇게 내 뒷목은 뻐근하고 냄새는 고소하고 주위를 돌아보니 어느새 엄마는 뭔가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난 엄마에게 "엄마 뭐 해?"

라고 물었고 엄마는 "이게 예전 맛이 나려나?"

하시며 시장에서 산 김치로 김밥을 말아주셨다.

난 "어 김밥이네?"

엄마는 "서울에서 산 김치로 김밥을 말아보는 건 처음이라 맛이 날까? 딸 한 번 먹어봐"

나는 "맛있는데? 참기름도 좋고"



정말 맛이 좋았다.

한동안 질려서 먹지 않았던 김밥이 정말 맛이 좋았다.

난 엄마에게 어릴 때 질려서 김밥을 화장지에 싸서 버린 적도 있었다고 사실을 고백하니 엄마는 웃으시며 "알아"라고 답하셨고 난 "어떻게?"

라고 말하니 "아니 그 좁은 집에 뒤편이라곤 해봐야 화장실인데 어떻게 모르니?" 라며 미소를 보이시는데 괜히 말을 했다는 생각에 죄송했다.

난" 죄송해요"라고 말을 했고 엄마는 "어리기도 했고 내가 생각해도 자주  말았지"라고 예전을 생각하시며 창문 먼 곳을 응시하셨다.

그때는 서로가 바쁘고 어렵던 시절이었다.


김치가 효자다라는 말을 하시며 엄마는 늘 김치에게 칭찬을 하셨는데 난 그러지 않았다.

남들도 다 먹는 김치가 왜 효자라는 거지?라는 생각에 엄마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남들처럼은 못 먹어도 김치 하나만은 자부심 있게 먹자고 아마도 연말 끝에 먹는 김장이 엄마가 돈을 가장 많이 쓰신 날이 될 거다.

아빠도 다른 날은 늦으셔도 그날은 늦지 않고 일찍 오셔서 엄마를 도우시고 막걸리를 드시며 할머니 이야기를 하시며 껄껄 웃으셨다.


오랜만에 먹어 본 우리 엄마의 패스드푸드 김치김밥 정말 최고였다.

나이가 들면 짜게 먹게 된다고 엄마는 늘 간을 덜하신다. 예민한 미각을 유지하고 싶으시다고 말씀하시는데 왠지 씁쓸해서 엄마에게 "엄마는 늘 최고였어"라며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엄마는 웃으시며 "고맙다"라고 마무리를 하셨다.


그날 10줄을 말으셨고 두줄을 먹고 나머지는 소분해서 냉장고에 넣었다.

알뜰한 하루를 보내고 허전한 마음에 괜히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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