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4살에 느낀 육아의 어려움과 책임

모든 게 자신 있었던 그 시절

24살에 패기도 넘쳤고 평소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체력은 정말 자신 있었다. 육아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처음 아를 키울 때 2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서 우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잠에 들 때에 기억이 아직까지 새록새록하다. 원래 잠이 많이 없어 하루에 5~6시간만 자도 그렇게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고 생각보다 육아할만한데?라고 주변 사람들에 말을 했다. 지금에 와서는 매번 육아 너무 힘들다며 한숨을 내쉰다.


아빠한테 아이를 맡기면 안 된다는 것은 국룰일까? 운동을 좋아했지만 아이를 봐야 하기에 아이를 포대에 메고 턱걸이, 팔 굽혀 펴기 등 맨몸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비행기 타기는 나한테 숄더 프레스(어깨 운동)이었고 다리에 매달리는 그네는 레그 레이즈(복근 운동)이었다. 아내한테 위험하다고 매번 혼나기 일상이었지만 아이의 몸무게가 늘어갈수록 운동할 때 자극도 더 잘 느껴졌고 아이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는 느낌에 안심하기도 했다.  아이도 너무 생글생글 웃어줬기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왔다. 이 시절도 금방 가겠지 하며 열심히 버텼는데 이게 웬걸? 내 체력은 똑같은데 아이의 몸무게는 내 근력보다 더 빠르게 자랐고 점점 지치지 않는 슈퍼맨이 되고 있었다. 도대체 조그만 몸 어디에서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


회사에서 우리 아이랑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팀분들의 나이는 거의 40을 바라보고 있었다. 육아에 관한 얘기가 나올 때면 항상 "나도 20대였으면 날라다녔을텐데!" 였다. 그러고는 지금 내 상황이 부럽다고 말씀하신 분들이 정말 많았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도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가 해봤습니다!! 20대도 육아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육아란 정말 쉽지 않다. 운동도 꾸준히 해왔고 나이도 어렸던지라 체력적인 문제는 크게 걱정이 없었다. 다만 매일 같이 똑같은 패턴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과 직장 상사보다 더 까다로운 아이에게 모든 것을 맞춰줘야만 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조금만 수틀려도 만족할 때까지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아기 때는 나를 너무 좋아해서 항상 내 배 위에서만 잠을 청했다. 가끔은 자다 숨이 막히기도 했지만 그래도 가만히 자주신다는데 어찌 움직일 수가 있을까.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배 위에서 잤을 때가 그립기도 하다. 지금은 6살인데 조금 컸다고 엄마랑만 자려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다.


그래도 나이가 어렸기에 피곤하긴 했지만 몸이 크게 힘든 것은 없었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대학생 때 아이를 키웠기에 앞으로의 진로나 취업에 대한 두려움이 엄청 컸다. 단순히 나만 먹고사는 문제면 어떻게든 살겠지만 나에게 우리 세 식구의 삶이 달려있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아이와 함께 해줄 수 있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었다. 내가 체력은 좋아도 모든 것을 온전히 아이와 함께해줄 수 없어서 미안했다. 남들과 같은 걸음을 걷기 위해 아니 세 식구가 살아남으려면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걷도록 노력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현실에 부딪히게 되었다. "내가 경제적으로 더  여유가 있었다면 아이한테 더욱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할 때도 많았다. 그래도 지금은 괜찮은 직장에 다니고 있어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너무 빨랐던 우리의 선택으로 인해 아이가 누릴 수 있는 것 갖고 싶었던 것을 못 가지는 것은 아닐까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육아를 시작하려는 나이에 정답이 있을까?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경제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많을수록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주위에 결혼이나 아이 가지는 것에 대해 경제적인 문제를 가장 많이 들다. 어느 정도 나이가 더 차고 여유가 있을 때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나도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면 아이랑 한 번이라도 더 놀러 가고 싶다. 그래도 나는 경제적인 문제로 두려워하는 예비 부모님들의 걱정을 덜어 드리고 싶다. 아이가 결국 필요한 것은 부모의 사랑이지 돈이 아니다. 경제적인 자유도 중요하지만 아이에게 어떻게 사랑을 줄 수 있을까가 더 필요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내 주머니에는 천 원짜리 한 장 밖에 없었다. 나 자신한테도 주위 사람들한테도 떳떳하진 못했지만 아이에게는 누구보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어린 아빠였고 능력 없는 아빠였지만 누구보다도 더 사랑을 많이 주고 키워왔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새로운 장난감을 사주어도 금세 질려버린다. 하지만 나와 함께하는 숨바꼭질은 매일 해달라 할 만큼 즐거워한다. 돈이 아이가 원하는 것의 일부를 충족시켜줄 수 있지만 단순히 그것은 수단일 뿐이지 결국 필요한 것은 같이 놀아주고 얘기할 수 있는 부모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6살인 지금 목마를 태워주고 안아서 집에 데려가고 할 수 있다는 것에 그리고 주말 늦은 밤까지 같이 과자 파티하면서 놀 수 있는 체력에 감사하다. 매번 달리기 시합에서 따라잡기 힘들어지는 아이 모습을 보는 것에 감사하다. 그리고 매번 아빠가 최고라고 말해주는 아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