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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Sep 27. 2024

나의 詩 적인(寂人)

-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詩 <적인>

적인(寂人)

                          이은희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이가 산다.
마음 아주 깊은 그 골짜기
밥은 먹고 있는지
어느 해 쉬이 피우지 못한 하얀 난 꽃,
이제는 피는 것에 미소 짓는지
선선한 바람에 나부끼는 머릿결은 가지런히 빗어 넘기는지
비누내음인지 로션향이었는지 끝내 묻지 않아
알 수 없던 그 청량함은 여전한 건지
기울어진 소주잔에 쓴 입술을 맞추는지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지루하지 않던
그 긴 길을 아직도 걷고 있을까?
두 번은 들은 이 없다던 봉인된 메아리가 살고 있는
너도밤나무숲 가는 길이 담긴 지도는 아직도 찾는 중일까?

밤이 깊고, 별 하나 빼꼼 새벽이 오고, 쨍한 태양 가지 꼭대기에 걸리다 다시 바람이 별을 스치고, 밤이 깊고, 현기증이 나고, 숨이 차고, 목이 마르고, 다시 또 걷고……

차라리 눈을 먼저 감는 버릇이 생겼지
신기하게도 그러면 가슴이 두근거려
눈을 감으면 자꾸만 가슴이 야릇하게 아려와
生과 死 한 끗 차이라는데
그 차이를 이길 수 없어서
나는 눈을 감고 말아.



- 2024년 2월 22일 밤 9시경 초고 쓰고,

2024년 3월 22일 밤 최종 퇴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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