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스타트업 세일즈 신입 후기 및 근황
* 글이 깁니다. 주의 바람! *
이제 2개월을 꽉 채워간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지는 않았다... 일단 기억에 남는 일부터 정리하려고 한다.
목차를 정말 좋아해서 별 영양가가 없는 일기임에도 넣겠다.
1. 현 회사
a. 업무
2. 공부
3. 링크드인 제안
크게 아래의 업무를 진행 중이다. 차례대로 짧게 설명하겠다.
- DB 업로드
- 콜드메일 & 콜드콜
- 견적서
- 계약 안내 및 관리
- 서류 작업
1. DB 업로드
잠재고객 DB를 확보한다. 흔히 말하는 리드 확보 단계다. 획득 경로는 다양하다.
주요 타깃이 있는 산업군 관련 뉴스, 컨퍼런스 같은 외부 행사, 회사 콘텐츠 등이 있다.
당연하지만 위에서 말한 역순으로 고객의 반응이 훨씬 따뜻하다. 생판 초면인 사람이 전화하는 것보다는 본인이 참여했던 행사 주최 측이 거는 전화니 아무래도 당연하다.
반응이 따뜻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냐면 빠른 답변 속도, 낮은 경계심, 높은 호감도 등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우리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됐고, 본인의 고민을 털어놓을 준비를 마친 상태다.
아쉽게도 나는 위와 같은 상황은 겪지 못해서 얼른 저런 콜을 해보고 싶다.
콜드콜에 초점을 둔 내용이라 DB 관련으로 한두마디만 추가하겠다. 보면서 '여긴 확실히 우리 제품을 쓰지 않는다'고 판별하는 눈을 기르고 있다.
DB 업로드하고, 연락하는 것 하나하나가 시간을 비롯한 여러 자원을 쓰는 거라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몇 가지 지표를 참고하고 있다.
다른 팀원 분들이 DB를 판별하는 요소는 뭔지, 기존 DB에서 히스토리 및 현재 계약 상태, 질문 등을 통해 조금씩 그 기준을 정리 중이다.
2. 콜드메일 & 콜드콜
리드에서 확보한 DB에 있는 연락처로 콜드메일을 보낸다. 당연히 답장률은 낮다. 그나마 맞춤형으로 작성하면 한두개 오는 정도다. 이마저도 높은 확률이라 하니...
개인적으로 나에게 콜드메일의 용도는 콜드콜을 할 구실이다. 전화했을 때 한번 메일 보냈었다고 하면 그래도 확인한 분들이 제법 되신다. 경계심도 은근 낮아져서 통화가 한결 수월해진다.
역시 개인적인 생각임을 명시하고 말하겠다. 콜드콜은 미팅을 만들거나 연락처 & 기본 정보 파악이 목표다. 다들 바빠서 길게 통화를 하지 못한다. '콜드콜 돌리는 시간 = 업무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그런지 통화가 길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대다수는 미팅으로 넘어가야 자세한 이야기가 가능하니까 유선으로는 대략적인 내용만 전달한다.
여태 겪은 경험은 아래와 같다.
- 다양한 형태의 거절 : 받자마자 끊기, 연락처 알려준다 하고 대답 X, 타 부서 연결해준다하고 끊기 등
- 관련 부서 또는 담당자의 연락처 획득
- 휴가, 운전과 같이 통화 어려운 경우 : 문자로 간단한 자기소개, 전화 목적 설명하고 추후에 연락 가능한지 남김
아직 콜드콜로 미팅이 성사된 적은 없어서 좀 아쉽다.
3. 견적서
이건 전문 지식을 알아야 한다. 똑같은 상품이어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 여러가지라 고객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 하지만 난 관련 지식, 경험이 부족하다.
열심히 구글로 검색해서 견적서를 작성했는데 틀렸다. 하하!
뭐, 아직 수습이니까 괜찮다. 이렇게 배워가는 거지. 팀원 분들도 초창기 때 자기 실수를 공유해주면서 괜찮다고 맨날 위로해주신다. 다들 너무 좋으신 분들이다.
구글 검색, 주변 분들에게 질문, 기존 견적서를 보면서 열심히 하는 중이다.
4. 계약 안내 및 관리
계약 과정은 당연하지만 정해진 단계가 있다. 고객마다 계약 진행 단계가 다 달라서 그에 맞춰 계약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
대다수는 메일로만 안내가 진행된다. 계약 일정을 변경해야 될 떄, 회사 내규와 맞춰야 할 때 등 다양한 사유로 예정대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유선이나 메일로 안내를 한번 더 드리고 있다.
당연하지만 이 과정에서는 고객에게 따지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목소리 톤도 '어떤 사유로 계약을 못하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다른 의도는 없다.'가 느껴지도록 말하고 있다. 상대도 그렇게 느꼈으면.
5. 서류 작업
몰랐는데 작업해야 할 서류가 많았다. 타 회사에 비해서는 확실히 그 수가 적은 것 같다. 자연스럽게 '그러면 다른 회사는 얼마나 많은거지?' 라는 질문이 생겼다.
사실 이 일은 서류 작업보다는 다른 요소가 메인이다. 바로 메일 쓰기!
서류 작업하면서 의사소통할 일이 많았다. 담당자, 고객사 등. 그 과정에서 메일을 엄청 쓰는데 메일 쓰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나에게만 예의있는 말투가 아닐까?', '알아보기 쉬운 형태일까?' 등 생각보다 고려할 요소가 너무 많았다. 이 부분은 계속 사수님에게 확인을 부탁하고 있다.
열심히 다른 분들의 메일을 읽고, 참고하는 중이다.
원래 영어, 자격증. 딱 이 2개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시간이 안 났다. 영어를 택하면 자격증을 버려야 하고, 자격증을 택하면 영어를 버려야 했다.
욕심이 많아서 평일에는 영어만, 주말에는 자격증에 집중하는 계획으로 진행했다. 그랬더니 둘 다 놓치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 그나마 둘 다 만족할 수준으로 하려면 ai처럼 쉬는 시간이 없어야 했다^^
그러다 최근에 한 분과 인연이 닿아 커피챗을 하게 되었다. 정말 간단하게 내 커리어 현황과 계획만 전한 거라 구체적인 조언은 듣지 못했지만, 핵심은 다른 산업군을 추천하셨다...
물론 그분이 거듭 강조하셨다. 본인의 생각이라고. 하지만 나같이 업계에 아는 사람이 업는 신입은 경험 많은 사람의 그런 말을 들으면 한 1초 정도는 마음이 흔들린다.
대신 조언을 토대로 작전을 수정하기로 했다. 자격증 공부는 보류. 영어에만 올인하기로 했다. 그분이 영어 공부하라고는 안 했다. 하지만 너도 알고, 나도 알듯이 영어는 필수라...
현재 개인적으로 큰 일이 끝나서 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편하게 영어에 올인할 수 있는 환경이다.
영어는 한달 기준 한 2~3번은 안 하고 있다. 이유는 그냥... 하기 싫어서 ㅎㅎ. 어제도 안 했다.
그래도 '아, 망했어! 다시 처음부터!' 이런 짓은 안 한다. 그냥 쉬고, 다음부터 열심히 하면 된다. 옛날의 강박이 없어져서 너무 좋다. 옛날같았으면 '난 왜 이럴까. 처음부터 다시 하자.' 100% 이랬다.
실력은 확실히 예전보다 말이 바로바로 나오긴 한다. 다만 문장이 조금이라도 복잡해지면 빨리 안 튀어나온다. 그정도 문장은 혼자 좀 생각해야 나온다. 제일 뿌듯했던 게 후자다. 예전엔 아예 혼자 복잡한 문장을 만들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틀린 뼈대라도 잡을 줄 안다. 그리고 그게 맞는 문장일 확률도 꽤 높았다!
소소한 실력 향상이 느껴져서 좋았다. 지금처럼 꾸준히 할 예정이다.
2개월 동안 일어난 일 중에 제일 도파민을 돌게 한 경험이 아닐까.
난 링크드인에 아무런 글을 올리고 있지 않다. 오는 메시지에는 정성껏 답장하고, 글 읽고 열심히 반응 누르고, 가끔 댓글을 남기는 정도다.
프로필 사진 올리고, 현 회사 들어오기 전까지 이력만 올려놓았다.
그런데 어.느.날!
관심있던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나를 팔로우했다. 진심으로 '나를 왜 팔로우했지?' 싶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내 링크드인 페이지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분의 프로필을 보니 주니어라고 되어 있었다. 늘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어서 '아~ 이분도 주니어고, 스타트업이라서 나를 팔로우 하셨나보다.' 하고 넘겼다.
그래서 신기한 마음에 메시지를 먼저 보냈다. '먼저 팔로우해주셔서 감사하다. 원래 이 회사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기한 우연이라고 생각해 메시지 남긴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란다.'
그리고 얼마 후, 그분에게서 답장이 왔다. 회사 내부에 자리가 있는데 지원 의향 있으시냐고. 너무 놀랐다. 진짜. 내가 본인 회사와 잘 맞을 거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난 생각 이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이라 인사 담당자가 이런 목적으로 팔로우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더구나 링크드인을 통한 이직은 보통 경력직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니 말이다.
면접에 떨어지라도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한번은 직접 듣고 싶었기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근 2개월 동안 있던 일을 얼추 다 정리했다.
이런 일기를 누가 보나 싶긴한데, 그래도 내 업무를 적은 부분은 세일즈 취준생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태그를 걸겠다는 뜻이다.
그럼 이 글을 보는 분들 모두 행복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며 글을 끝내겠다.
12월에 유튜브 브이로그 같이 아무도 관심없는 일기로 돌아오겠다. 그 이전이 될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