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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안 Oct 10. 2024

낙화

째깍째깍
시곗바늘 위에 올라가
다시금 하나의 원이 그려질 동안
금방이라도 떨어질까 두려워 휘청거린다
살고자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쥐고 있는 꼴이
나를 더 허둥대게 만든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건가
왼쪽으로 돌아가는 건가
방향도 알 수 없는 바늘이
오늘은 유독 더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누가 날 이곳에 가둔 건가요
아니면 내가 날 이곳에 가둔 건가요
바보 같은 질문이 허공에 맴돌 때,
바보 같은 대답을 스스로 던진다


누구든 이곳에서 나를 구해주세요
누구든 이곳에서 나를 버려두세요

째깍째깍
시곗바늘 위에 올라가
다시금 하나의 원이 그려질 동안
오직 단 한 존재에게만 들릴 아우성이 쏟아진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내게 이러는 겁니까!"
죽고자 가냘픈 몸뚱어리를 내던지고 있는 꼴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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