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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로크무슈 Mar 28. 2022

파리 - 외로움에 관하여

(17) 파리 - 외로움에 관하여 


파리는 어땠을까.


솔직히 말하면 파리는 내가 다녀왔음에도 잘 모르는 여행지에 속한다. 워낙 큰 도시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갈 곳도, 볼 곳도, 먹을 것도 많은 1 티어 여행지다.

나는 수박 겉을 핥은 정도도 아니고, 겨우 수박을 통통 두드려본 정도랄까.


파리는 어떤 형태로 여행해도 좋다. 미친 사람처럼 계획을 짜도 부족하다. 동시에 느긋하게 도시를 충분히 느껴보는 여행도 가능하니 혼자든, 여럿이든, 계획이 없어도, 돈이 많든 적든, 꼭 명소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지 않아도, 도시의 아름다움이 말 그대로 ‘곳곳에’ 있다. 


나는 혼자 하는 여행을 꽤 좋아하고, 익숙하다 자부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20대 때는 여행은 원래 혼자 하는 거라며 괜히 떠들고 다니기도 했었었는데, 사실 같이 갈 사람도, 동행할 자신도 없음을 합리화해보려는 일종의 쿨한 척 정도였지만.


여행은 혼자보단 둘이 좋고 둘보단 셋이 좋고, 셋 보다는 혼자가 좋다는 말이 있다.

(출처는 찾지 말아 달라, 어디서 주워들은 말이니.) 


센 강에 비친 야경


첫날 에펠탑을 봤다. 

에펠탑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했는데, 사실 파리 여행은 에펠탑 자체로도 일종의 ‘여행 목표 달성’이 되어 버린다. 에펠탑 하나만으로 여행이 아쉽지 않을 것 같다는 충족감인데, 실제로 그 정도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몽환적인 건축물인 것은 틀림없다.


그렇게 에펠탑을 바라본다. 그 순간에 머물러 한참을 바라본다. 한껏 고무된 감정이 내 혈관을 따라 온몸을 휩쓸고 나서야 이 감정을 혼자만 느낀다는 것이 꽤나 아쉬워진다.


이 아름다운 장소와 건축물, 내 눈앞에서 취할 듯 빛나는 여행의 정수.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이제 돌아가려 등을 돌린다. 지나가는 길도 아름답다. 등 뒤에는 여전히 에펠탑이 거대한 촛불처럼 이리저리 일렁인다. 



파리는, 신기하게도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여행지다.


하나하나 따질 것 없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미 수많은 매체에서 파리를 비추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파리라는 단어 자체로 고조될 만큼 환상이 심어져 있는 탓이기도 했다. 


파리에서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이 있었다. 

이 아름다운 곳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감정. 지금 폭발하는 이 감정을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 진다. 혹은 누군가를 원념 하는 마음이 강해진다. 나는 안정적일 때 꽤나 함께 감정을 나누길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싶다. 한 가지 또 나에 대해 알고 간다.


가능하다면 파리는, 좋아하는 사람과 한 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저 탑을, 저 예쁜 장소를 바라보니 어떤 느낌이었어, 나는 이런 기분이더라의 감상을 나눈다면,


등을 돌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서 한번 더 여행지가 완성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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