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태양빛이 작열하는 9월,
뒷덜미가 뜨뜻하게 달구어져 가는 열감을 애써 무시하며 그늘로 난 길을 따라 도서관에 갔다.
마침 다 읽은 책은 내일이 반납기한이고 내일은 오랜만에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 하루 일찍 책을 반납하고 또 대출도 할 요량이었다.
빌려갈 책까지 다 고르고 나니 에어컨 바람은 또 왜 이리 달콤한지,
잠시 자리에 앉아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필사를 하기로 했다.
조용해야 할 도서관이 일순간 소란해졌다. 사서들도 웅성거리고 젊은 사회복무요원들까지 와서 긴급회의라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다 결론이 났는지 덩치 좋은 사회복무요원이 성큼성큼 내 자리를 지나쳐 뒷벽으로 갔다. 손에는 길게 말아쥔 신문지가 두툼하게 들려있었다. 표정은 사뭇 결연했다.
타악!!
몽둥이처럼 말아 쥐었던 신문지는 무기에서 들것으로 용도가 바뀌어져 있었다. 종이 들것에는 작은 벌 한 마리가 누워있었다. 걸음 때문이었는지 그것을 든 손이 실제 떨리고 있었는지 신문지 끄트머리가 달달 떨렸다.
“역시 그냥 벌이었네요. “
동료들이 작은 적을 보려 몰려들었다.
역시..라고?
역시 그냥 벌..?
위험한 말벌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말인지, 자신의 오판을 인정하는 말인지 헷갈렸다.
그렇다면 그 작은 벌을 꼭 죽여야만 했을까.
위험하지도 않은 작은 벌레를 다치게 하지 않고 내보내기에는
도서관은 조용해야만 하는 곳이라 실내정숙을 지키고자 하는 직업정신 때문이었을까.
신문지는 몽둥이가 아니라 부채 같은 것이 되어서 다시 밖으로 나가는 바람 길을 만들어주었다면 어땠을까.
벌은 무슨 생각을 하며 도서관으로 날아왔을까.
나처럼 9월 태양볕에 달구어진 날개를 잠시 식히려 시원한 냉기를 따라 그늘로 들어왔을까.
왜 우리는 작은 생명을 쉽게 해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