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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록 Jul 24. 2022

가성비 유학이 있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 좌절부터 하지 말기

검정고시를 보고 일을 빨리 시작한 덕분에 스무 살이 되기 전, 돈을 어느 정도 모을 수가 있었다. 정말 바쁘게 일했을 때는 과외에, 첨삭에, 조교 일에 쉴 새 없이 일이 몰아쳤는데, 덕분에 열아홉의 나이에 월 200-250 정도는 꼬박꼬박 벌 수 있었고, 가끔 일이 많이 들어올 때엔 300 이상의 큰돈도 만져볼 수 있었다. 당시의 치열했던 어린 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지만, 서른이 된 지금 돌아보면 너무 빨리 '재미있게' 보다는 '열심히' 사는 삶에 익숙해져 버린 어린 내가 가끔씩 안타까울 때가 있다.


돈을 벌어보는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니, 미국이란 나라가 다시 스멀스멀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오히려 머리가 좀 더 크고 어느 정도 미리 각을 재 보는 게 습관이 된 요즘이라면, 미국 유학에 드는 비용을 알아보다 '관두자' 하고 꿈을 접어버렸을 것 같다. 하지만 젊음의 패기로 가득했던 어린 나에게는 '어렵다', '안된다' 하는 류의 소리들이 오히려 실행을 부추기는 촉매제 같은 것들이었다


Why not?

왜 안되는데?


그렇게 매일 인터넷을 뒤지던 와중에 '미국 유학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보가 없어서 못 간다'는 글을 보았다. "잘" 찾아만 보면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도 전액 장학금을 주는 학교들이 있어 꼭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 않더라도 미국 유학을 꿈꿔 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이었다.


미국 대학 장학금 관련 글 100개 중 딱 1-2개 정도 있는 희망적인 글이었는데, 그때 내 눈엔 보고 싶은 것만 보였나 보다. 그 글을 보고 나니 가뭄에 콩 나듯 있는 희망적인 글들만 눈에 들어왔고, 어쩐지 나도 미국에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생겼다.


그렇게 막상 도전을 해보니, 외국인들에게도 장학금을 주는 학교를 찾아보는 게, 그 후에는 내가 장학금을 받아야만 하는 이유를 주절주절 설명해야 하는 게 귀찮아서 그렇지 미국 대학들이 외국인에게 장학금을 '안 주는 게' 아니었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간절히 원하면 방법은 다 찾을 수가 있던 것이다.


나는 능력이 부족해 글에서 말했던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못 되었지만, 그래도 나름의 치열한 도전 끝에 한 학기에 약 3,000불 정도의 학비를 내고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학교 다니는 동안 환율이 1,100원대를 꾸준히 유지했으므로 이 정도면 가성비 꽤나 좋은 미국 유학을 했다고 생각한다. 


와이낫 정신만 있다면,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째, 세 번째는 훨씬 더 수월하다. 나의 귀차니즘만 극복하면 방법들은 얼마든지 더 찾아낼 수 있다. 



눈 딱 감고 귀찮은 마음을 몇 번 더 달랜 덕분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로부터, 그리고 외부 기관들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장학금을 협상하는 과정부터, 남은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했어야 하는 수많은 아르바이트까지, 가난한 유학생과 돈은 수년간의 유학생활 내내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관계였다. 그래도 덕분에 넓은 세상에서 귀한 경험들을 해보고 돌아올 수 있었으므로 다시 2012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또다시 미국행 비행기를 탈 것 같다.




99개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에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때 내 눈에 띄어 주었던 한 편의 블로그 글 덕분에 나의 20대가 다채로워질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 내가 써나갈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한줄기 희망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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