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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희 Mar 09. 2022

봄이 오는 길목에서

저녁 산책길, 봄을 만났다

                        

봄이 오려나 보다.     

아직 떠나지 않은 추위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긴 하지만,     

바람에 봄 향기가 묻어나는 저녁이다.       



 

딱히 목적을 두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걸었더니 하남 방향 외곽 길이 나왔다.     

가끔 이렇게 엉뚱하다.     

도서관에 갈 목적으로 나섰는데     

너무 멀리 와버렸다.     

문 닫기 한 시간 전인데 제대로      

도착할지는 모르겠다.      

   



며칠 있으면 겨울잠 자던 개구리도      

튀어나온다는 경칩이다.     

개구리가 나오면 땅에서도 온갖      

생물들이 기지개를 켤 것이다.          

                자연의 섭리는 어쩌면 이리 오묘한지.                         

아무리 시절이 하 수상해도      

봄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식당 앞을 지나니 허기가 느껴진다.     

누구랑 같이 왔으면     

맛있는 메밀국수 한 그릇     

후루룩 먹고 갈 텐데.        

  



길가에 늘어선 화원의 꽃들이 기분 좋게 반겨준다.     

덕분에 배고픔은 잊었다.          

꽃을 보니 갑자기 남쪽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이맘때쯤이면 섬진강에      

매화꽃이 흐드러질 텐데..          

매화꽃에 이어 산수유가 노랗게 물들고     

곧이어 벚꽃, 복사꽃, 배꽃 등이     

앞다투어 필 것이다.          

젊은 날 자주 갔던 섬진강 줄기의      

아름다운 마을들이 눈에 선하다.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시구절이 맴돈다.   

  

김 시인이 고등학교 다닐 때      

우리 집에서 잠깐     

자취했던 인연이 있다.    

토방이 높았던 초가집이었다. 

김 시인은 대문 옆 작은 방에서 친구 두 명 하고 살았다.

너나없이 참 가난하던 시절이었다.


언젠가 세미나에서 김 시인은 영화를 참 좋아했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유일한 문화시설이던 읍내 시골 극장에서 

시인의 감성이 싹트고 있었나 보다.

우리 꼬맹이들도 천막 나이롱 극장에 따라다닌 기억이 어렴풋하다.


그런 추억이 있어서인지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이야기가 더욱 애틋하다.     


올봄엔 섬진강에 한번 다녀올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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