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성희 Apr 19. 2022

만우절 이야기

   

만우절, 참 오랜만에 들어본다.          

 이제는 4월 1일이 되어도           

싱거울 정도로 무덤덤하니.      

    

 4월 1일, 만우절을 기다렸다가           

실컷 장난을 치던 철부지들은 지금 뭘 할까.  

       



고등학교 시절,           

"오늘 학교 쉬는 날이야."          

등굣길에 만난 친구에게 깜빡           

속을 뻔한 적도 있다.          


가장 민망했던 기억도 있다.          

수업 끝나고 청소하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이 교무실 화병에 꽃 담아 놓으래."          

나는 무슨 당번인가를 맡았던 것 같다.          

친구가 와서 전한 말을 그대로 믿었다.          



여고 뒷 뜰에 수선화 등           

여러 꽃이 만발해 있었다.          

확실한 꽃 이름은 모르겠지만,           

하늘하늘 들국화처럼 예쁜 꽃을          

한 움큼 꺾었다.           

화병에 최대한 보기 좋게 꽂아서           

담임선생님 책상 위에 정성껏           

놓아두고 나왔다.           

노처녀 선생님이 환하게 웃는 얼굴을           

떠올리니 뿌듯했다.               

그런데 종례 시간에 나타난 선생님이           

불같이 화를 냈다.          

" 누구야, 학교 마당에서           

꽃 꺾어다 놓고 간 사람!"                    

없는 사실을 만들어서 거짓말하는           

친구들 땜에 골탕을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저런 해프닝이 벌어지던           

재밌는 날이 만우절이었다.       


   



하지만 너무 지나친 거짓말은 사회악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112나 119에 만우절이라고          

 마음 놓고 허위 신고하는 경우다.          

뉴스에 오르내릴 정도로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이런 경우는 법적 처분을 받을 것이다.          


이제는 인식이 달라져           

그런 일은 많이 없어지지 않았나 싶다.          




만우절을 잊지 않고 유머로 승화시킨          

콘서트홀도 있다.          


정확한 가격은 모르겠지만,          

아마 2천억 대가 넘는다는 파이프오르간을          

두 시간 만에 해체해서 가져가란다.          

설치비만 25억 들었다는 말도 있는데 말이다.          

천하에 맥가이버가 와도           

될까 싶다.          


'줘도 못 가질 파이프오르간,           

오셔서 왕처럼 편안하게 감상하세요.'          

라는 소리다.          


다소 황당한 티켓 판매이긴 했지만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바탕 웃고 지나갈 수 있는 선의의 거짓말은          

때로 삶의 무료함을 잊게 해주기도 한다.      

작가의 이전글 가마솥 순대, 퇴근길 늘어선 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