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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Jun 06. 2022

스물둘.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용기

안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착한 아이 증후군. 남들에게 착한 아이라고 인식시키기 위해 자신의 행동과 말을 억제시키는 증후군. 나는 인생을 살며 착한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배려하고 욕심내지 않고 상대방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레 흘러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제일 중요하고 좋은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하나 사람 살다 보니 착한 것? 호구라는 단어로 변질되어 이용당하고, 좋은 뜻에서 출발한 내 마음이 타인에게 닿을 땐 표적이 되기 십상이었다. 자연의 섭리와 같다. 약한 자는 잡아먹힌다. 착한 것은 약한 사람이 된다.


타인을 위해서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부당한 일을 겪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고 배려도 아니다. 나중에 되어 돌이켜보면 내 빈자리가 느껴지면 좋겠다. 싶지만 이미 내 자리는 없었다. 내 의견이 없고 그저 따라다니는 한 명의 다수결 중에 한 명일지도 모르겠다. 나보다 힘이 세다고,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거절 못했던 지난 날들 그리고 홀로 감당해야 했던 지난날들을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영화, 드라마에서는 착한 사람은 항상 힘들다. 악당이 생활고에 시달리며 주변 사람을 도와주는가. 아니다. 악당은 배불리 잘 먹고 잘 살다. 그저 운이 안 좋아 날이 잘못 잡혀 영화의 소재로서 불태워 죽거나 혼쭐이 난다. 권선징악. 지겨운 레퍼토리는 이제 현실엔 없다는 걸 깨달이 버린 지 한참이다. 선한 사람이라서 돈을 많이 번다? 선한 사람이라 주변 사람이 따른다? 선함이란 감초 같은 역할이다. 능력이 출중한데 인성까지 훌륭하니 밍밍한 음식에 소금 간 같은 역할이다.


그렇게 배려만 하다 내 인생을 잃어버렸다. 나를 보살피지 못하고 주변 타인을 위해 살았다. 그렇게 살았다. 남들이 말하고 어른들이 말하는 배려하고 존중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며 살았으나 이제껏 얻는 것이 없다. 10번 나쁜 사람이 1번 착하면 그것은 배려이고 10번 착한 사람이 1번 욕심내면 세상 이런 욕심쟁이가 없다. 그저 져줘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사람. 그게 어느 순간 칭찬이 아니라 너는 호구니까 내 말 들을 거지?처럼 들려버린 것이 참으로 슬프다.


부탁을 거절하고 싫은 건 싫다고 불합리한 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내 선택으로 다수가 이득을 보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그 상황에 내 희생 따위 필요 없다. 1대 다수여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도 그 상황을 배려랍시고 넘긴다면 이제 더 이상 다음은 없다. 그 관계는 거기서 끝이나 버려 이어나갈 수 도 누군가 나를 책임져주지도 않는다. 사랑이건 우정이건 가족 간이건 매번 그렇다. 져주는 건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함께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끌려다니는 인생뿐인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싶다. 이런 글을 뻔뻔히 쓰면서도 나는 또 거절하지 못한다. 세상 사람 다 나처럼 살겠지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수두룩 빽빽이겠지 라는 위안으로 나를 갉아먹고 나를 보살피지 못한다. 이젠 나도 싫다. 아니고 싶다. 내 의견을 내세우고 우기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그 흔한 관계 속에서 내 선택이라는 것이 있어 의견을 내고 싶다. 무시받고 상처받을지 모르지만 말하지 않으면 평생 모른다. 이제 나는 배려하고 착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 한다. 나는 그저 나로서 내 선택을 펼치고 싶다. 그런 사람과 사랑하고 관계를 만들어 나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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