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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Jun 07. 2022

스물셋. 퇴사, 그리고 바뀐 것

꿈은 아직 퇴사하지 않았습니다.

3개월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어느덧 한 달 여가 지났다. 원래 대학교 홍보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을 하며 그만두자마자 졸업도 전에 구한 회사였다. 말이 3개월이지 거의 1년 동안 직장에 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일 년 여 공부와 일을 병행하고 나서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린 내 자존감과 새로운 길이고, 내가 가던 길이고 어느 곳도 가지도 못하는 고장 난 나 스스로를 달래주기 바빴다. 이제 퇴사를 하고 한 달간의 나의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생각보다 내 전공을 쉽게 버릴 수 없다. 그렇게 진절머리 나도록 디자인을 하며 공부하고 일을 했지만 막상 그만두니 그리운 게 사실이었다. 돌이켜보니 디자인만큼 즐겁던 것도 없었던 것처럼. 목포에 내려올 땐 아버지 가게에서 일이나 배울까라는 생각이었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다 보니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 재기할 생각뿐이었다. 디자인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꿈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일이 힘든 것이 아니랬다. 사람이 힘든 것이다. 사람과 마주 앉아 밥을 한 끼 먹는 것조차 부대끼고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말을 섞고 공감하고, 들어주고 그런 사고방식 자체를 하기 싫었다. 결국 동료로 나아가지 못하고 모두 타인으로 남았다. 꿈은 변하지 않지만 사람은 변한다. 나도 변했고 그렇게 흘러갔다. 퇴사라는 홀가분한 마음을 가지고 행복하던 것도 2주조차 안됐다. 아버지 가게에서 일을 도우며 들었던 생각은 어떻게 디자인을 다시 할까였다.


내가 그렇게 열망하고 바라만 보던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어쩌면 제일 쉬웠다. 아버지도 이런 일을 수십 년을 해왔다는 사실이 존경스럽기도 했다. 어른들은 돈이 전부 다 보는 사람 모두 때려치우고 가게나 물려받으라 하지만 지금 내 나이에 가게에서 주 6일에 휴일에도 가게 신경 쓰랴 장 보랴 그런 인생을 원한적도 없었다. 나는 많은 돈보단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항상 목표였지만 사람들은 돈이 있어야 그런 행복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소비습관을 버리는 것은 어렵다. 회사 다닐 때 한 달 100만 원은 넘게 쓰던 씀씀이를 백수가 되었다고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었다. 스타벅스를 즐겨 찾던 한 달 전 나는 이젠 메가 커피 백 다방 그저 커피라면 행복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그것에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돈은 있다가도 없다. 내일 돈이 어디서 떨어질지 모르고 갑자기 어디서 나도 모르는 돈이 줄줄 샐지도 모른다.


퇴사. 어렵사리 결정한 선택이지만 아직까지는 후회한 적 없다. 나를 위해 한 선택이니 책임도 내 몫이다. 몰아놓았던 집안일을 하듯이 나를 돌아보고 살피는 것을 몰아서 하며 이것도 저것도 많은 선택지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이전 사회에서 선택지조차 없던 내게는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르지만 아직 꿈을 갖고 있고 잃지 않고 나아가려고 열심히 발돋움을 준비 중이다. 숨을 고르고, 여차하면 뛰어나갈 준비를 한다. 한번 넘어졌으니 이젠 끝까지 완주를 하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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