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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Jun 08. 2022

스물넷. 지치지 않도록.

나를 위한 선물

가끔 보면 이 두 발로 서있거나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대견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하루가 어찌 갔는지 정말 바쁘거나, 너무 마음이 힘든데도 의무감에 일을 해야 할 때. 휴식이라 말하고 기절로 쓰는 그런 경우 말이다. 매번 책임감이나 그런 의무감에 나를 갉아먹고 오래 달려야 하는 도로에서 중간에 내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찰 때가 있었다.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또 지쳐버린다. 그저 모두가 참고 견디는 것뿐. 사람의 관계에서나 사회생활이나 질리고 지친다. 그렇게 정답을 찾으려 애를 쓰는 데도 예상한 정답은 모두 빗나가고 예상치도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니까. 계획은 성공하려고 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패할 확률을 줄이려고 세우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계획들 속에서 변수들은 아주 치명적일 수밖에.


그런 상황들마다 나는 지치지 않도록 지금 내가 얼마큼의 힘을 내고 있고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 계산한다. 물론 100퍼센트 다 들어맞지는 않지만 한계점이 닿았을 때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는 숨구멍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수시로 괜찮은지 살피고 오늘 하루 수고한 나에게 꼭 상을 주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주어도 좋고, 평소 먹지 못하는 맛있는 음식을 주어도 좋고, 친구들과 만나 웃고 떠들며 하루를 선물해줘도 좋다. 목포에서의 나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런 휴식은 언제나 선물이다. 열심히 사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 지쳐 쓰러져 잠만 자다 일만 하는 그런 인생은 선물이 아니라 지옥과 같다. 그러니 나에게 선물을 주자. 남들은 다 이렇게 사니 더 노력하고 더 애써야 해! 그런 말들은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지치게 하고, 마음을 무겁게 하는 행동인 것을. 우리는 내일을 보며 살지만 오늘을 살아간다. 오늘이 없다면 내일도 없다. 그러니 오늘 힘들었을 하루를 버텨낸 당신에게 잘했다고 선물을 해주자.


나는 퇴사를 한 내게 무관심의 자유를 주었고 그 안에서 이 세상의 갑은 나인 것을 배웠다.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렇게 지쳤던 내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중이다. 지쳐 쓰러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쓰러지기 전에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 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 스스로에게 조금은 관대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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