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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Jun 09. 2022

스물다섯. 그것조차 사랑이었을까.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할때.

어릴 때는 그렇게 싫었던 부모님의 잔소리가. 어린 시절 사랑에 진심 어린 싸구려 반지가. 군대 시절 괜한 걸로 소리치던 선임의 호통이 나를 힘들게 했던 모든 것이 사랑으로 다가오던 순간이 온다. 그렇게 그땐 왜 나한테만 그럴까. 왜 저렇게 말하고 행동할까. 저것밖에 못해줄까 라는 부정적이고 상대방을 갉아먹는 마음이었다. 어려서 그랬을까? 아니다. 그저 그때 상황과 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아니면 불안함 속에 살았거나 온전치 못한 하루를 보냈을 확률이 높다.


어렸을 적 소리치던 부모님의 잔소리는 시간 지나 자식 눈치 보는 부모님의 뒷모습으로 바뀌었고, 어린 시절 진심 어린 싸구려 반지는 누군가 만날 때 조건 없이는 사랑하지 못하게 되었고, 군대 시절 선임의 호통은 전역할 때 제일 기억에 남던 선임으로 남았다. 가끔은 이렇게 좋지 않았던 기억이 짠하고, 잊지 못하는 기억으로 찾아온다. 때론 배려 없다고 느껴지고 사랑 따위는 찾을 수 없는 그런 말들이 온전히 사랑만 남아 좋지 않았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나도 그런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까. 모질게 말했던 지난 시절들에 상처받고 떠났던 모든 이들에게 사랑 따위 없었으면 그런 말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진심 어린 변명을 해본다. 너를 향한 관심이 삐뚤어진 시선으로 비치고 마음에 잘 못 들어찬다. 나 역시 그랬고 나 때문에 누군가도 그랬을 거라고, 하나 당신도 나도 사랑 따위 없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하고 싶다.


괜히 기분 나쁘고 아프고 상처 주고 그런 날들이 있다. 누구나 그렇다. 저 사람은 왜 저러지 이게 아니라 무슨 일이 있을까 한번 살펴보자. 내가 회사를 다니며 남았던 말들이 그 당시엔 결코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그게 그 사람들이 보던 나에 대한 시선이다. 어른 인척 했고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고 했고 모질고 힘든 일도 참고 견디며 하였다. 그게 옳지 않다는 말이었겠지. 오래오래 버티려면 조금은 아이처럼, 괜찮지 않다면 괜찮지 않다고 모질고 힘든 일은 함께하자고 말할 수 있어야 했다.


그렇게 남들의 사랑을 먹고 이렇게 자랐다. 마음은 무럭무럭 자라나 다른 이에게 베풀고 나를 끌어안고 놔주지 않을 날이 오기를. 나도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 속에 자랐고 그 사랑을 평생 잊지 않고 하루하루 선물처럼 풀어 내게 선물해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조차 사랑으로 받아들인다면 사랑일까. 나는 받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온전한 비판은 쿨하게 받아넘기고 나를 위한 비판을 골라 듣자. 그게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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