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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Jun 10. 2022

스물여섯. 다신 사랑하지 못할까 두려워.

나를 추앙해.

목포에 온 지 언 4주가 지났다. 목포 와서의 계획은 틀어졌지만, 생각보다 지낼만하다. 내 인생 첫 타지 생활이라 그런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조금 외롭다. 하나 그것 또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무도 모른다는 건 완벽한 타인이 되어 다른 이 눈치 보지 않고 온전한 나만이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문득 살며 걱정되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 그 심오한 끝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매번 갈망하고 받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새 즐겨보는 나의 해방 일지라는 드라마에서 미정은 구 씨에게 '나를 추앙해요'라는 말을 한다. 처음 들었을 땐 저게 맞나. 내가 아는 추앙이라는 단어의 뜻이 저게 맞나 싶었다. 하나 구 씨가 어떻게 추앙하냐는 말에 응원하라는 미정의 말에 추앙이라는 단어가 와다았다. 누군가 나를 응원하고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그 온전한 마음. 그것조차 사랑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꼭 이성과 이성사이가 아니라 내가 누군가가 간절히 잘되기를 나보다 좋은 하루를 보내기를 보상 없이 온전한 마음 자체가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미정처럼 나는 온전히 채워진 적 없고 항상 부족한 마음에 의심하고 마음 졸인 날들이 많았다. 하나 누군가 내게 한치의 의심도 없이 날 위해 응원해준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진정 사랑이라고 표현하지 않아도 내 마음속에 다가와 사랑이라는 단어로 변해 나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때론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할까. 혹은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할까 두렵다. 나의 사랑이 부담스럽고 나의 배려와 온전한 마음 자체가 무거워 나를 밀어내지 않을까 수많은 생각이 있다. 온전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대한다는 것이 어려워졌다. 점점 더 어려워지고, 누군가 나타나도 떠나는 그 슬픔에 몇 날 며칠을 울어대겠지. 그런 내가 두려워 사랑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 어려워진다.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다면,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니 그 사람에게 잣대를 들이대기 전 내게 잣대를 들이대 부러트려버린다.


자신감과 자만심은 한 끗 차이이다. 그 한 끗에 많은 상황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진다. 내 기준엔 열심히 산다고 살았으나 다른 사람 눈에는 그게 아닐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자. 나 자신을 추앙하자. 나 자신을 응원하고 그 누구도 만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고.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정말 내가 원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야겠다. 이제 곁에서 지켜만 보고 고개 돌리고 포기하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 노력하자. 노력하면 변한다. 그 변화에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애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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