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살이. 끝.
내일이면 이제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외주 일정 때문에 하루 바삐 당겨 가는 거지만 사람도 구해지지 않았는데 가는 내 마음도 별로 좋지는 않다. 생각보다 내 선택지가 없었던 힐링 아닌 힐링. 하나 이런 긴 시간 동안 아버지와 함께 말하고 지내던 게 얼마만인지. 이것 또한 좋게 생각하면 힐링이겠지. 그렇게 좋은 마음만 내버려두고 이제 나의 길을 가려고 한다. 그 길이 무엇이든 잠깐 멈췄으니 이젠 걸어야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겠지
불현듯 떠올랐던 생각들이 가끔 악몽처럼 잠 못 이루게 하던 날들이 있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면 더욱 깊게 파고드는 생각. 그런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내 머릿속에 잠식해버린다. 마음속으로 아냐 지나간 일이야. 잘 해결된 일이야. 이제 상관없는 일이야 해도 과거의 과오 속에서 나 자신을 괴롭히고 못살게 굴 때가 있다. 그곳에 주체는 나. 타인으로 인해 행복했던 일 좋았던 일 따위는 없다. 내가 망쳐버린 지난 일들에 대한 지나친 반성과 미안함에 스스로 작아지는 밤들이 있다.
나 스스로를 괴롭히다 보면 결국 시간이 지나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또 잘 살아간다. 이번엔 괜찮겠지 라는 그 선택이 또 내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들어낸다. 그러지 말았어야지. 너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 말들로 내 실수들을 질책한다. 그럴 수도 있는데 말이다. 물론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는 짓은 바보 같은 짓이지만.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럴 수도 있다. 그 질책에 대상이 타인이 나에게 하는 것은 괜찮지만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또 길을 나아갈 거고 그 속에서 실수하고 반성하고 질책받으며 한걸음 더 성장하길 기대해야지 그 잠 못 이루는 밤이 있더라도 하루 걸러 이틀 이틀 걸러 하루가 되도록 노력하며 살아야지. 자책하는 것도 할 수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고 타당성을 부여하여 그런 모습 그대로 사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에게 계속해서 질문하고 다음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게 고민할 때도 분명 필요하다.
나는 이제 그렇게 지루했던 무표정의 사람들과의 출근길을 함께 할 것이고 마음 따위 맞지 않지만, 함께 목표를 향해 달려갈 동료들과 지내야 할 것이고, 내 의사와 상관없는 일이나 부당한 대우를 또 받겠지. 그것은 피할 수 없으니 견뎌보자. 이전엔 3개월이었으니 이번엔 6개월 6개월 괜찮았다면 1년 그렇게 스스로에게 조금씩 발전했다는 기회를 주어야지. 살아가는 건 모두가 힘들고 모두에게 고역 일지 모르니. 나는 그런 인생을 살아야 하는 우리나라 스물다섯이므로. 사랑하고 살아가야지.
지나고 나면 모든 게 정당화될지 모르고 괜찮아질지 모르지만. 지금 아프고 슬프다면 그것을 표현하고 표출해야지.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고 아프고 슬플 수 있을 때 슬퍼야지. 지나고 나면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하도록. 모두가 살아가기 힘든 이 세상에 나는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울고 오늘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지나고 나서 이 글을 보는 내가 정말 고맙다고 잘했다고 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