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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Jun 17. 2022

스물여덟. 무엇인가 된다는 책임감.

두렵고 무서운 날들이겠지만.

이제 목포살이를 청산하고 다시 본가에 올라와 다시 나를 위한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남들이 아무리 물어도 나는 잘 모르겠던데. 꼭 무엇인가 해야만 할까. 퇴사하기 전 사수의 말이 생각났다. 퇴사를 결심하고 앞으로 뭘 하고 싶냐 뭘 할 거냐는 말에 나는 그냥 아무 말하지 못했다. 정말 나는 무엇인가 될지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예상하고 그것에 맞춰 사는 것이 가능은 한 일인가 싶었다.


어렸을 적부터 꿈이 뭐냐는 질문을 굉장히 어려워했다. 오늘을 살아가기도 급급한데 수십 년 뒤에 목표를 말해보라는 그 의도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새는 무기력감에 빠진 내 일상에서 무기력의 이유를 찾았다. 그것은 살아갈 이유가 없다. 그저 태어났으니 살고, 주어진 삶을 사는 것에 급급한 이 상황에 내일을 바라보고 기대하며 사는 것이 의미가 없다. 누군가가 필요하다. 내게 주어진 삶을 특별하고 세상을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줄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도망갈 곳 없어도 그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이유만으로 살아갈 힘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홀로 살아갈 수 없다. 홀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애써도 결국 우리는 주변인에게 맴돌고 외롭지 않고 싶어 하고 웃으며 살아가고 싶어 한다. 하나 나는 이제 주변인들도 내 곁에 두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불행하고 힘들어하지 않을까. 두렵다. 나에게 실망하고 그렇게 떠나지 않을까. 그냥 좋았던 내 모습 그대로 남겨두고 나는 떠나버리는 것이다.


누군가의 무엇이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다.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라서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부담감과 얼마나 큰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걸 잘 모르고 사랑했고 누군가는 그것에 상처를 입었고 떠나갔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떠나보냈지만 그 안에서 남은 내가 감당해야 할 수많은 날들에 자책하고 외로워했다. 그렇게 외롭고 길었던 날들에서 조금 모질게 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하지 않아도 될 행동을 했다는 것에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나는 오늘도 무엇인가 될지도 모른다는 그 두려움에 살아간다. 잊고 참고 애써 괜찮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대로 모진 사람으로 남아있겠지. 걱정은 되지만 이런 내가 계속될 거라는 확신은 없다. 나는 더 괜찮아지려고 노력할 것이고 우울한 내 인생에도 긍정적이고 웃음 가득 찬 날들이 계속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다. 그러니 너무 좌절하지 말자. 꼭 무엇인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군가가 곁에 있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어떤 이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도 있으니 용기 내어 다가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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