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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바지? 그것이 문제로다

아이의 시선, 교복의 성 구별 문제

by 북장

드디어 초등 입학을 준비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방을 알아볼 때 우리는 교복집 먼저 방문했다.

딸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들어간 가게에서 빳빳하게 걸려있는 교복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네가 내 후배가 되어 초등 시절 입었던 똑같은 교복을 입게 되다니.


"나 바지 아니면 안 입는 거 알지?"


알지, 엄마는 알지.

선택권을 주장하기 시작한 때부터 4년 내내 바지만 입어온 너의 외길 바지 인생을 아주 잘 알지.

사장님께 조심스럽게 여쭤본다.


"여자아이들 치마 안 사고 바지만 사서 입혀도 괜찮은가요?"

"바지는 입학하고 난 다음에 사시던데. 처음에는 치마 사서 입다가 바지로 갈아타요."


치마를 먼저 사야 된다는 말씀인 거죠?

딸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한다. 처음에는 치마를 입어야 하나 본데.


"치마 입어야 하면 나 그 학교 안 갈래."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니.

어떻게 통과한 추첨인데 그걸 안 간대.

토라진 마음을 온몸으로 표출하는 아이를 달래며 교복의 구성이며 가격에 대해 여쭤봤다.

남자용 재킷, 여자용 재킷, 카디건, 조끼, 티셔츠, 바지, 치마, 체육복.

구성을 다 갖추면 45만 원이란다.

무언가에 멈칫한 찰나의 반응을 놓치지 않고 이월상품 10% 할인, 친구 할인 등을 말씀하신다.

우리는 할인 이야기를 뒤로 하고 가게를 나왔다.

지금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고요.







입학 준비 처음부터 난관이 생길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것도 교복 치마냐, 바지냐의 문제로.

초등 시절 교복을 떠올려 보니 남자 교복과 여자 교복의 생김새가 달랐었다.

그리고 그때에는 바지를 입는 여자아이들이 없었다.


학교에 조심스레 문의 전화를 넣었다.


"이번 입학생 엄마인데요. 여자아이 교복을 바지만 사서 입혀도 괜찮은가요?"

"괜찮습니다. 선택하시면 돼요."

"재킷도 남자용, 여자용이 따로 있던데...."

"어머님이 고르시면 돼요."


너무 시크한 거 아닌가.

저 지금 심각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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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지를 고를 것이다.

하지만 선택을 하고 난 후의 영향이 목구멍에 가시처럼 거슬린다.

그 선택으로 인한 시선과 관심은 딸아이가 감당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분명 예전보다는 교복바지를 입는 여학생에 대한 시선이 부드러워졌다.

타인의 취향과 선택을 존중해주는 사람도 많지만 가끔씩 와서 박히는 말들이 점점 쌓인다.


"무슨 여자애가 바지만 입어? 교복은 치마 사야지!"




교복을 성 구별에 대한 포장물, 학생 신분에 대한 포장물이 아니라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복장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교복을 입는 주체인 학생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고, 교복에 담긴 메시지에 한 번쯤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인생에 있어서 어려운 것은 선택이다.

- 조지 무어 -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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