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샷나 Sep 19. 2022

남는 게 하나도 없네?

공유주방 1년을 돌아보다.





















































































 어느덧 배달 전문 식당을 시작한 지도 일 년이 되어 갔다.

부모님은 이전에 식당을 해보셨지만 배달 앱을 이용한 배달 전문점은 처음이었고

나로 말하자면 전공인 디자인 관련으로는 여러 경력이 있었지만 이외엔 아르바이트 경험조차 전혀 없었다.

남편도 N잡러라지만 식당 운영은 처음이었으니 가족 모두 배달 식당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없는 상태로 가게를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저 잘 될 것만 같고 안돼도 그렇게 큰 손해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게를 시작했는데

1년을 돌아보며 느낀 것은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우선 초기 창업 비용이 일반 오프라인 매장보다 적게 들어가는 것은 맞다. 인테리어 등 설비 값은 거의 없다시피니까.

하지만 배달 앱 수수료, 배달비, 포장 용기 등의 비율이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그야말로 차 떼고 포 떼면 남는 게 없었다.

야채값, 고깃값이 밀리고 임대료 내기도 힘든 달도 있었다.


가게는 분명 기사님들이 줄줄이 기다리실 만큼 정신없이 바쁘고 일도 많았다.

부모님은 새벽같이 나와 준비하시고 가게를 마감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함에 파김치가 되곤 했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급여는커녕 빚이 쌓여가다니..

후회가 됐다.


뭐가 문제였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역시 안일한 생각이 문제였다.

'이 정도 가격을 받으면 어느 정도는 남겠지, 장사가 잘 되니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뭉뚱그려 애매하게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면 안 됐다.


배달음식장사는 훨씬 치밀해야 했다.


그렇게 1년이 다가오고 공유 주방 계약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만두려면 지금이 기회였다.

남편은 배달 식당은 이윤을 남기기 힘든 구조이며 지금이라도 접는 게 낫다고 했다.

부모님은 오픈 초기 고객 확보를 위한 음식 제공이나 이벤트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며

그간의 투자와 경험을 바탕으로 이젠 더 철저히 계산하며 해나가면 괜찮지 않겠냐고 하셨다.

어려운 문제였다.

'안되면 그만'이라는 처음 생각은 이제 할 수가 없었다.


고민 끝에 우리는 조금 더 해보기로 했다.

남편은 잘 돼도 그렇게 큰 수익은 아닐 거라고 반대했지만 내가 조금 고집을 부렸다.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가게가 아쉬워서, 핸드폰 안에서만 보이는 이 작은 가게가 어느덧 소중해져서.

어쩌면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감정적인 판단이었던 것 같다.


공유 주방 대표님이 건물 계약기간이 6개월 남았다며 신규 입주자를 구하기 어려울듯하다고,

지금 주방의 두 배 크기 주방을 선뜻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 주시겠다 한 것도 판단에 기여했다.


어쨌든 새로운 주방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더 힘내 보기로 했다.

이전 16화 고객님이 왜 그럴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