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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태공 Sep 15. 2023

(다시) 매일 글 쓰기_5일 차_오장 오부, 건돼생

건대생 아니지요~ 건돼생 이지요~


안녕하세요~ 오장오부를 지닌 여자, 건대 다니는 건대생 아니고요~

건강한 돼지의 삶을 살고 있는 건 돼 생, 꿈태공입니다.



요즘 나의 삶을 함축적으로 표현하자면 딱 "건 돼 생"이다.

매 끼니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매일 만보에 도전하며, 가끔 둠칫둠칫 몸을 움직여주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책을 보고,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삶.


작년 여름 나는 건강검진을 받다가 상복부 초음파 검사 도중 꽤 큰 크기의 담석을 발견하고

담석과 함께 담낭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쓸개 없는 년이 되었다.


오장은 간장, 비장, 폐장, 신장, 심장이요.

육부는 위장, 담낭, 방광, 삼초, 소장, 대장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가만히 따져 보니 난 맹장도 없으니, 오장사쩜오부가 되려나.

맹장은 그리 크지 않은 기관이니 사쩜팔부 정도 되려나.

에라 모르겠다.


쩜오는 입에 착착 붙지만 사쩜오부는 너무 길어지니, 편의상 오장오부를 가진 사람으로 하자.

난소 한쪽도 없지만 난소는 오장육부에 들어가지 않으니 패스~~

사람 몸속에 있는 장기 중에 어느 하나 필요치 않은 장기가 있으랴마는,

난소는 두 쪽이고, 맹장은 많이들 떼내고 살고 있으니 여태 살면서 큰 불편함 없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쓸개는 얘기가 좀 달랐다.


담낭에 담석이 생겨서 담도를 막고, 담즙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소화가 안된다.

심한 경우 황달이 오기도 하고, 극심한 통증에 응급실을 방문했다 수술을 받기도 한다.

나는 다행히, 복부 통증은 없는 케이스였다.


간에서 분비되는 담즙을 담낭에서 보관하면서 10배 이상 농축되어

음식을 섭취하면 30분 내에 쓸개에서 배출되어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그중 음식에 포함된 지방 성분을 소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담낭 제거술을 받은 환자 중 약 30% 정도는 소화불량을 겪는다고 한다.


나는 뭘 해도 되는 사람, 뭘 해도 상위 클래스에 속하는 사람답게, 그 30%에 속하는 환자다. 하하하.


수술을 받기 전부터 꽤 오랜 기간 소화불량으로 고생을 했다.

체한 증상이 일주일 내내 가기도 했고,

수술이 결정되고 한 달 정도는 밥 세 숟가락으로 하루를 버티기도 했다.

그 정도로 소화가 안 됐었다.


질병 다이어트만 한 게 없다고 했던가, 살이 10kg 이상 빠졌다.

예쁜 옷을 입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체력적으로 버텨주질 못했다.

일은 일대로, 강의는 강의대로, 힘에 부쳤다.


작은 형님의 남편인 아주버님도 몇 해 전 담낭제거수술을 하고 식사를 너무 잘하셔서 나도 그럴 줄만 알았다.

그런데 수술을 하고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아주버님은 70%였고, 나는 30% 집단이었다.


수술 후 면역력이 떨어진 탓인지 여름 끝물에 코로나까지 걸렸다.

일주일 내내 누워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의 후유증이 아직까지 있다.

미각과 후각은 여전히 온전치 못하고, 탈모가 왔다.


어느 날, 동생이 녹용 성분이 들어간 고가의 홍삼세트를 사 왔다.

"누나가 갑자기 너무 늙어 보여서 사 왔어.(what???)

먹어보고 효과 좋으면 또 사다 줄게."


제품을 먹으면서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교직원들과 매주 배드민턴을 치고, 일정이 많아도 힘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입맛이 돌았다. 살이 찌기 시작했다.

저기요, 녹용 눈곱만치 들어있는 줄 알고 먹었는데 이건 얘기가 다르잖아요?


한 세트를 다 먹어갈 때쯤, 동생이 또 한 세트를 들고 왔다.

고맙다고 말은 했지만, 점점 불어나는 몸뚱이가 걱정되었다.

아... 이게 건강한 돼지로 가는 길이로구나.

그런데 왜 살은 돌려주면서 머리털은 돌려주지 않는 건가요?


"아니 근데, 이거 먹으니까 입맛이 너무 돌아서 잠시 중단해야겠어. 

체력은 좋아졌는데 머리는 여전히 빠지네."


그 얘기를 듣고는 또 탈모에 좋다는 샴푸를 사다 주는 동생.

아휴. 누나한테 이런 거 사들고 오지 말고 장가나 가라 이 독거노인아.

목까지 차오르는 그 말을 꾹꾹 눌러 담고 땡큐~ 한마디 날려 준다.


녹용과 홍삼이 아무리 좋다 해도 태초에 가지고 태어난 장기만 할까.

수술한 지 1년 4개월이 되어 가지만, 난 여전히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화장실로 직행하고,

많이 먹었다 싶으면 소화를 못 시킨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먹어가며 하루살이 인생을 버티고 있다.

강의가 모두 끝난 후 남편과, 또 지인들과 마시는 술 한잔이 어찌나 달콤한지. 끊을 수가 없다.

이래서 계속 아픈 건가? ㅋㅋㅋㅋㅋ


어찌 보면 애처롭고, 안쓰럽다.

나는 나를 왜 이렇게 벼랑 끝으로 자꾸 몰아넣고 있는 것일까.

이 길 끝이 낭떠러지가 아니라, 내가 날아오를 수 있는 하늘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또 버티고, 꿈을 꾼다.

체력이 달리다 보니, 부쩍 잠을 많이 잔다.

미라클 모닝 따위 개나 줘버려!!!

이제 다시 슬슬, 미라클 모닝을 시작해 보려고 꿈틀꿈틀 움직여 본다. 생각만큼 쉽진 않다.

그래도 또 도전!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아름다웠던 2022년을 되새겨보며,

치열하고도 열심히,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이 온전한 기쁨이고 행복이었던 날들로,

그날의 기분으로 돌아가, 그날의 태도로 다시 내 인생과 마주하고자 한다.


이제는 정말 건강 관리 잘하면서, 건강하게 꿈을 꿔봐야지.

마음도, 몸도, 생각도 건강한 삶.

오래오래 누려보자.

창공이 되어줄 나의 벼랑을 향해, 한 발짝 또 나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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