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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ice Mar 28. 2022

김밥

마음에 빈 공간을 채우고 싶을 때 


내 인생 첫 김밥의 기억은 유치원 소풍이었다. 

맛살, 계란, 오이 딱 세 가지 정도만 들어간 작은 동그라미 속에 밥이 아주 야무지고 단단하게 자리 잡아 있었다. 무엇보다 설레었던 건 이미 중학생이던 언니들과 엄마, 아빠, 할머니... 어른들 속에 유일한 꼬마였던 나를 위해 할머니가 아주 작은 미니 김밥을 맞춤형으로 싸주셨다는 게 온전히 내가 주인공인 도시락을 보면서 내내 싱글벙글 기분이 좋았고 최고로 맛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쩜 그때 김밥의 냄새조차 아련히 남아있는데 초밥의 새콤한 향이었다. 

일본에서 오신 할머니는 항상 김밥이 아닌 김초밥을 만드셨다. 그래서 학교 소풍에서 친구들과 김밥을 나눠먹을 때면 참기름 향 풍기는 다른 친구들의 김밥과 달라서 신기해하는 친구, 낯설어하는 친구에게 김초밥을 설명해야 했었다. 우리 집 유부초밥은 터질듯하게 큰 사이즈로 하얀 식초 밥이 한가득 들어갔고 소금물에 간을 한 밥을 소금물 바른 손으로 세모 낳게 뭉치고 가운데에 우매보시를 넣고 김으로 둘른 주먹밥은 늘 밥이 남을 때마다 상에 올려져 있던 간식이었다. 가끔은 그 주먹밥에 간장을 발라서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워서 먹는 게 별미였다. 


첫 직장생활을 하며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을 때 부산이 직장이던 언니가 데이트를 하느라 1박 2일로 올라왔다. 언니의 데이트를 응원하고자 밤늦게 장을 봐서 라디오를 켰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김밥 준비를 하다가 라디오에서 할머니 사연이 나왔다. 조용하던 정적 속에 언니의 "할매 보고 싶다..." 한마디에 자매는 서로 웃으며 폭풍 눈물을 쏟아냈다. 말하지 않아도 공감되는 어느 순간이 있었고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서로의 순간이었기에 그렇게 울고 웃으며 우리의 김밥은 완성되고 있었다. 


줌 수업하는 아이들 저녁
큰 도마와 튀김 그릇 활용해서 시간과 동선 최적화

가까이 사는 친한 동생네 막내가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 큰애도 덩달아 학교를 쉬고 아픈 아이와 격리될 아이 둘만 집에 두고 출근을 해야 하는 천근만근일 엄마의 마음이 내내 신경 쓰였다. 퇴근시간 즈음 저녁을 준비하며 사진을 찍어 보냈다. 네가 좋아하는 달콤하고 포근한 일식 계란말이가 큼직하게 들어간 김초밥이라고!


김초밥
1) 물 양을 10% 정도 줄이고 무압 모드(냄비밥)로 고슬고슬하게 밥 짓기
    밥이 다 되면 볼에 덜어서 식초 물 부어서 뜨거울 때 젓기 (뜨거울 때 저으면 식초 물 수분이 날아가면서 밥이 코팅됨)
    * 식초 물: 식초 5:소금 1:설탕 2 (요즘은 짜고 단 게 싫어서 뜨거운 밥에 식초만 붓고 저음) 
2) 오이는 길이로 잘라서 소금 뿌려두기
    (다른 재료 준비 다 끝내고 오이 헹궈서 물기 짜서 대기)
3) 프라이팬 (중간 설거지 없이 계속^^)
      - 프라이팬 위에서 바로 채칼로 당근 썰어서 소금 간 약간에 숨 죽을 정도로 볶기
      - (당근 옮겨 담은 후) 계란/설탕/소금 간해서 핸드믹서&거품기로 저은 후 계란말이 굽기
      - (계란 옮겨 담은 후) 스팸 굽기   
4) 웍
    간장/미림 1:1로 붓고 불에 올린 후 어묵 넣고 설탕 뿌려서 물기 없을 때까지 중불에 조리기
5) 단무지는 물로 씻은 후 물기 짜서 대기
6) 김밥 김은 미리 꺼내면 눅눅해지니 마지막에 꺼내기 (반드시 구운 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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