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갑작스러운 전학

중학교에서 온 연락

by 신용욱

전국 소년체전에 대구시 대표로 출전한 도혁이가 2등을 했다. 기록은 2분 13초로 지난해 동혁이 형이 세운 기록과 비슷했다. 선발전이 끝나고 2개월 만에 한 단계 더 성장한 것이다. 만감이 교차했다. 단거리 훈련을 안 했더라면, 선발전에서 먼저 치고 나가는 것이 아닌 마지막에 승부를 냈더라면 저 자리가 내 자리였을까? 아쉬움이 남았지만 육상을 그만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여름이 다가올 때쯤 부모님이 누군가 만나고 오겠다며 저녁을 차려주시고 나가셨다. 잠이 들 때쯤 들어오시더니 할 이야기가 있다고 큰방으로 부르셨다.


“중학교 가서도 육상 한번 해볼래?”


뜻밖의 질문에 당황스러웠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중학교로 진학 후에는 학업에 열중하자고 하셨던 부모님이 다시 육상 선수를 해볼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하셨다. 이야기의 전말은 이러했다. 부모님이 저녁에 만나고 온 분들은 중학교 육상부 감독님과 코치님이었다. 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집 근처 식당에서 저녁 식사 약속을 하신 거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장거리에 충분히 재능 있는 선수이고 이번 전국 소년체전에서 선발되지 못한 것은 훈련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중학교로 진학해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면 전국 대회에서 입상할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나야 다시 선수 생활을 해도 상관없었지만 완강하셨던 부모님의 마음을 어떻게 돌렸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두 분만 괜찮으시다면 다시 해보겠다고 말했다. 진학할 중학교 이름은 중앙중학교. 예전부터 장거리 팀으로 유명한 학교였다. 가끔 시민운동장에서 훈련할 때 마주쳤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학교였다. 1 레인과 8 레인은 중앙중학교의 것이라고 할 정도로 위압감이 상당했다. 그런 학교로 진학이라니 무섭기도 했지만 명문 중학교에서 스카우트하러 우리 집까지 찾아왔다는 것에 내심 기분 좋았다.

다음날, 아버지께서 중학교 감독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몇 마디 하시고 끊으시더니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으시면서 진학을 하기 위해서는 전학을 가야 한다고 하셨다. 지금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는 서구이고, 중앙중학교는 수성구에 위치해 있다. 교육법상 중학교 진학은 초등학교와 같은 구에 있는 학교로 배정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학을 가야 했다. 중학교 감독님은 조금 번거롭더라도 최대한 빨리 근처에 있는 학교로 와서 훈련에 합류하길 바라셨다. 아버지는 감독님의 뜻대로 곧장 학교 측에 전학을 요청하셨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6년간 함께 해오던 친구들과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등교를 하니 담임 선생님께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셨다. 상황들을 설명드리자 안심하시면서 훌륭한 육상 선수가 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함께 지내온 친구들과 졸업사진도 찍고 여행도 갔다가 중학교로 진학을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선생님은 진심으로 아쉬워하셨다. 추후의 일이지만 친구들과의 추억을 간직하라고 졸업사진을 집으로 보내주셨다. 이때의 일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큰 선물이다. 조회 때 선생님이 같은 반 친구들에게 내용을 전달했다. 친구들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거짓말이라고 외치는 친구도 있었다.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 정들었던 책상을 떠난다는 것이 너무나도 슬펐다. 친구들과의 작별 인사를 마치고 나를 육상 선수의 길로 인도하였으며, 성심껏 지도해 주신 체육 선생님께 갔다.


그동안 수고했다며 가서 열심히 하라고 하셨지만 탐탁지 않은 표정이셨다. 그럴 만도 한 게 전학 가는 것을 체육 선생님과는 별다른 논의 없이 결정한 것이었다. 충분히 서운할만한 상황이었다. 어린 나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몰랐으나 대충은 중학교 감독님과 체육 선생님의 사이가 썩 좋지 않음은 알고 있었다.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마치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학교를 떠났다.

삶에 변화가 생겼다면 걸어서 다니던 학교를 버스 타고 등교해야 했다. 처음에는 겁도 나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해서 피곤했지만 차츰 적응되었다. 오히려 아침에 타는 버스가 여행 같았다. 새롭게 다니게 될 학교는 중학교 근처에 있는 동인초등학교로 원래 다니던 서부초등학교보다는 작은 크기의 학교였다. 이 학교는 특이점이 있었는데 매일 아침 줄넘기를 하고 도장을 받은 후 학급으로 가야 했다. 또한 일반 줄넘기가 아닌 음악줄넘기라 다양한 동작을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에는 모아 뛰기밖에 못 했는데, 점차 실력이 늘어 더블 크로스와 8 자 돌리기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줄넘기를 하면서 발목도 좋아지고 리듬감도 향상되었다. 달리기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이 분명하다. 전학 첫날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쉬는 시간이 되자 세 명의 친구들이 다가왔다. 그중 한 명의 친구가 내게 물었다.

“친구야 어디서 전학 왔어~? 6학년인데 전학 왔네.”

“아, 나는 서구에 있는 서부초에서 전학 왔고, 육상 선수가 되려고 왔어.”

선수가 되려고 왔다는 말에 친구들 모두가 대단하다면서 감탄을 했다. 동인초에서 생활은 이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들이 많았다. 학교가 끝나면 운동장에서 축구도 하고 떡볶이를 먹으러 가기도 했다. 우리 넷은 성격이 잘 맞으면서도 성향이 전부 달랐다. 장난기가 많은 종훈이, 반장이자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 서욱이, 짙은 눈썹에 잘생긴 재모. 이 조합이 어떻게 친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달랐다. 걱정과 달리 친구들 덕분에 새로운 학교에서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다 보니 어느덧 여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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