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나가 버렸지만 크리스마스는 잘 보내셨는지요?
우리나라는 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정국으로 그렇지 않아도 얼어붙어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에는 예수를 믿든 아니든 크리스마스 트리를 거리나 집안에 장식하고, 한 손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또 한 손엔 크리스마스 케익을 사서 자그마한 가족 파티를 하는 게 연말 행사로 자리 잡았는데, 그조차도 올해는 어려워진 것 같아 더욱 원망스러워집니다.
크리스마스를 성대하게 지키는 우리와 달리 일본의 크리스마스 행사는 좀 조촐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과 지내는 날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는 걸 최악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종교의 자유를 존중한다며 석가탄신일도 크리스마스도 공휴일로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역대 천황의 생일, 기일은 각종 이름을 붙여 공휴일로 지키니 좀 아이러니하기는 하죠.
일본의 크리스마스 행사는 1552년, 우리나라 선조 왕 때 큐슈 야마구치현에 있는 가톨릭 성당에서 스페인 선교사들에 의해 일본 최초로 크리스마스 미사가 행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松永松永久秀松永久秀久秀
센고쿠 시대의 무장. 야마토의 센고쿠 다이묘로 악인의 이미지가 강 마쓰나가 히사히데 (松永久秀)는 1565년 크리스마스를 구실로 휴전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기독교인도 아니었던 오다노부나가도 크리스마스날에는 휴전했다고 하니 예수가 평화의 상징으로 이해되었던 같습니다.
이후, 에도막부의 금교령으로 인해 일본에서 다시 크리스마스 행사가 등장한 건 메이지 시대였습니다.
1892년 도교 어느 과자점이 아사히신문에 크리스마스 과자, 케익을 광고에 실으면서 크리스마스라는 게 공개적으로 일본에서 알려지게 됩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크리스마스가 알려지게 된 건 1904년 긴자의 백화점 「메이지야(明治屋)」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면서부터입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지금처럼 국민 이벤트로 자리 잡게 된 건 다이쇼왕이 1926년 12월 25일 사망하면서 12월 25일을 다이쇼탠노사이(大正天皇祭)로 지정하면서부터입니다.
그러면서 크리스마스는 패전 전까지 공휴일로 지켜졌는데, 일반인들은 텐노사이보다는 착한 일을 한 아이가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는 날로 인식되면서 크리스마스는 어린이날보다 더욱 기다려지는 날이 된 겁니다. 이후 사랑을 나누는 날이 연인들의 날처럼 인식되게 된 거죠. 기독교인 많지 않은 일본은 젊은 여성들 중에서 크리스마스에 혼자 지내는 걸 최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90년대에는 25살의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로 크리스마스 케익이라고도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케익은 25일이 되면 안팔리니 바겐해서 파는데 여자가 25살이 넘으면 가치가 떨어진다 뭐 그런 거죠. 지금은 그게 30이 된 것 같습니다. 뭐 서른인데, 그런 대사가 일드에 많이 등장하니까요...
젯상보다 잿밥에만 마음이 있는 격이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를 사랑을 나누는 날, 나눠주는 날로 기억한다면 예수가 그 어둡고 더러운 말구유에 태어나신 의미가 있는 거겠죠.
전쟁도 멈추게 했다는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을 향해 총을 겨두는 군인들, 이를 지시한 대통령에 의한 비상계엄과 일련의 사태로 사랑이 아닌 갈등과 분열, 미움의 감정만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지 않으니 2024년 크리스마스는 예수 탄생의 의미가 퇴색해버린 크리스마스로 기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