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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사김 Apr 10. 2022

오프라인 유통이 살아남는 법

온라인에 맞설 핵심 무기- 큐레이션 서비스

 첫째 아이가 제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았나 봅니다.

유튜브에 '흔한남매' 동영상이 떠 있더군요.  

초등생이 주로 보는 컨텐츠인데 비속어와 과장된 스토리 때문에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심호흡을 한 번하고..’ 몇십 번의 클릭질을 통해 알고리즘을 겨우 다시 세팅했습니다.

 

[부모로서 정말 비추하는 컨텐츠.., 출처=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습니다.”

 화제가 된 유튜브 동영상에는 이 같은 댓글이 달리곤 합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머신 러닝을 이용한 것인데, 여러 가지 정보 값(시청한 동영상, 시청시간 등)에 따라 소비자의 선호도를 분석합니다. 유튜브 전체 시청 시간 중 추천 영상 시청 비중이 약 70%라 하니 정확도가 꽤나 높아 보입니다. (출처: shutterstock)


커머스 업계에서도 머신 러닝을 많이 활용합니다. 웬만한 유통 회사에서는 소비자 클릭, 구매 패턴을 기반으로 재고관리도 하고, 맞춤형 상품 제안을 합니다. 상품의 바닷속에서 선택의 고민을 최소화하길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추어 큐레이션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으로는 구독 서비스(Subscription)가 있습니다.


확실히 유통업계의 헤게모니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진 듯합니다. 약 300조 가량 규모의 소매유통시장에서 작년 기준으로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넘어섰고, 여전히 성장률은 두 자릿수를 유지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비자 쇼핑 채널 마인드 쉐어(Mind Share)는 온라인 우위가 되었습니다.

[한국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와 성장률, 출처: 하나금융투자]


 앞으로 더욱 정교해진 AI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의 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프라인이 취하고 있는 대표적인 전략은 ‘경험 마케팅’입니다. 시각과 청각에 한정된 온라인과 달리, 직접 보고,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오감 마케팅은 오프라인만의 강점입니다.


[좌: 룰루레몬 요가강습, 우: 오뚜기 쿠킹클래스, 출처=한국경제,뉴스투데이]


“여러 정보를 수집, 선별하고 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전파하는 것”

:큐레이션(Curation)의 사전적 의미,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공교롭게 큐레이션은 온, 오프라인 양쪽에서 공통적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개인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큐레이션이 오프라인을 넘어설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래는 네이버의 인공지능 상품 추천 시스템 AiTEMS(에이아이템즈) 구동 로직입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개인 활동 이력과 쇼핑 과정의 클릭을 기반으로 개인화된 상품 제안을 합니다.

 

[네이버 AiTEMS 구동 로직, 출처=네이버]

초기에는 사용자가 과거 자주 검색한 기록과 현재 관심 검색어를 기반으로 유사 키워드를 세분화하여 제안하였습니다. 나아가 현재는 특정 단어를 선택한 사람들이 “같이” 검색한 결과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정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검색어에 따른 네이버 쇼핑 제안 사례, 출처=네이버]

온라인의 큐레이션의 고민은 여기서 발생합니다. 사용자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패턴과 연관된 익숙한 컨텐츠의 제공에는 강점이 있으나, “새로움” 의 영역에서는 약점이 있습니다. 또한 100%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온라인의 2가지 약점을 오프라인이 어떻게 극복하는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는 쇼핑 목록에 있는 상품만 구매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고기"를 사러 갔다가 "카누" 배를 샀습니다. (사실 살 뻔했습니다..) 저는 대형마트를 잘 가지 않습니다. 이유는 항상 '예상치 못한 소비’를 하기 때문인데, 할인상품이나 진열된 실제 상품을 보면 안 사고 배길 수 없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입니다.

[코스트코 매장 사진, 출처=네이버 이미지]


온라인에서 Ai가 ‘소고기’를 구매한 사람에게 한 번도 검색하지 않았던 ‘카누 배’를 제안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오프라인은 소비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눈으로, 몸으로 경험해야 하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의외성’ 측면에서 온라인보다 훨씬 강한 자극을 제공합니다.

 

[스탠퍼드 대학 신경정신학자 로버트 새폴스키]


계획 쇼핑보다 의외의 ‘득템’의 기쁨이 훨씬 크기 마련입니다. 오프라인은 이러한 측면에서 온라인 큐레이션보다 우월합니다.

 


 온라인 큐레이션의 두 번째 고민인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오프라인의 대응을 알아보겠습니다. 롯데마트 잠실 제타플렉스 점에서는 ‘오마카세’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수산코너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횟감을 요리해줍니다. 홈플러스 간석점의 ‘프레시 투 고’에 당일 받은 제철 채소를 활용하여 30여 개 토핑을 고객이 원하는 대로 골라 ‘커스텀 샐러드’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좌: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우: 홈플러스 프레시 투 고, 출처=한국금융신문]

 

온라인에서 이렇게 디테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생선 한 마리를 사더라도

 “한 마리는 칼집을 내고 소금을 약간만 뿌려주시고요”
"다른 한 마리는 4등분 토막을 내서 머리, 꼬리 버리지 말고 함께 담아주세요”

와 같은 소비자 니즈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운영에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큐레이션 서비스가 "알아서 결정해주세요" 라면, 오프라인의 큐레이션은 "뭐 좀 없어요?"에 가깝습니다.  온라인에서 큐레이션 서비스가 나에게 맞는 "안전한 선택"을 기대한다면, 오프라인은 나에게 맞는 "새로운 선택"을 기대합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더현대’는 MZ세대의 니즈에 맞는 브랜드 큐레이션을 통해 공간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팝업스토어 ‘원 소주’는 운영 일주일 동안 약 3만 명이 방문하는 인기를 끌었고, 잔망루피 팝업스토어는 초기 대기만 1,000명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좌: 원소주, 우: 잔망루피 스토어, 출처=패션비즈]

업계에서 유명한 전설의 판매사원  분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매장에 들어온 손님에게 아무것도 팔지 못하는 판매원은 하수,

손님이 사야 할 상품을 파는 판매원은 중수,

손님의 상황을 파악해서 본인도 몰랐던 필요한 것을 권해 파는 사람은 고수”

라고 합니다.


사람은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검색하지 못합니다.

현재 온라인 큐레이션이 고수가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손님과의 대화와 미세한 표정 변화를 통해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고,

언멧 니즈(Unmet Needs)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오프라인 채널입니다.

 


예전에 다단계 판매회사 암웨이(Amway)를 판매하시는 분이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습니다. 물건 이야기는 하지 않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먹으면서 즐거운 이야기만 나누다 왔습니다. 나중에야 식탁 위의 요리는 암웨이 냄비로 조리되었었고, 음식과 후식도 암웨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아내는 그날 경험한 상품 중 다수를 구매하였습니다.

“경험”과 “새로움”을 제대로 활용한 큐레이션 마케팅이었습니다.

 소비자와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 경험 마케팅을 제공하는 오프라인의 경쟁력은 확실히 온라인보다 높아 보입니다.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쟁은 “경험”에서 판가름될 것입니다. 특히 상품을 직접 써보고 경험을 해보아야 효용과 품질을 알 수 있는 경험재(experience goods)를 어떻게 고객에게 전달할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온라인은 고객 후기, 영상 컨텐츠, 참여형 컨텐츠를 통해,

오프라인은 온라인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체험 환경을 제공하여 경험을 극대화하고자 할 것입니다.

물론 온, 오프라인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관계이며,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온라인이 아무리 대세라 해도 오프라인의 유통의 효용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오프라인의 큐레이션 서비스는 온라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2가지 조건 ("100% 개인화된 서비스"와 “새로움”)을 해결하는 "핵심 무기"입니다.  만약 온라인이 오프라인 수준의 큐레이션을 제공할 때가 되면, AI와 인간이 동급수준인 세상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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