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불과 1년 전의 나를 생각해본다.
적당히 우울하며, 적당히 기쁜 삶을 왔다 갔다 하며 지내는 나날들의 쳇바퀴. 특별할 것도 없는 하루하루를 체념하듯 지내왔다. 화도 서운함도 황당함도, 타인에 대한 측은함도 적절하게 느끼며 말이다. 내게 다이내믹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의 시간들은 알맹이가 꽉 찬, 가슴이 매일매일 벅찬 충만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이들과, 스스로를 믿지 않는 나를 믿어주는 그대들과, 내게 칭찬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숨결을 느끼며 안정된 삶으로 접어들었다. 가족이 주는 안정감과는 또 다른 결이다. 깊고 좁은 관계만을 맺어오며 그 속에서 겪는 고독과 서운함은 이미 버렸다. 적당히 깊으며, 때때로 얕은 순간순간으로 긴 인연을 이어가려 한다. 나도 그대들도. 환갑에 핫팬츠 입고 사진 찍자는 이야기에 웃음이 난다. 그 선하고 천진난만한(우리 나이에 이런 대화들, 지극히 상식적이고 우아한 그대들, 마음이 건강한 그대들) 생각과 삶을 존경한다.
아직도 적당히 우울하며 / 미친 듯이 행복하고 미친 듯이 벅차게 사랑을 받으며 그렇게 어제의 나보다 놀랍도록 변화하는 나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