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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오 Mar 22. 2022

숏 그리고 숏

당신의 기록은 어떤 모습인가요



 한 10년 전만 해도 매년 계획 중에 '기록하기'가 있었다. 나는 기억력이 좋지 못해서 기록해두지 않은 것들은 그냥 한데 뭉쳐놓은 실뭉치와 다를 바 없으니 기록 좀 하면서 살자는 것이 작은 바람이었다. 번번이 실패를 하다가 프리랜서 겸 백수 생활을 잠시 하면서 기록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망망대해를 부표 없이 헤맬 때 나에게 힘이 되어준 것이 바로 '기록'이다.


 

그래서 싸이월드 이후... 의 근 10년 간 나의 기록들을 더듬어 보고자 한다.


1. 3년 다이어리

 N 년 다이어리 시리즈를 보고 충동구매를 했더랬다. 한 페이지 안에 동일한 날짜에 해당하는 3년 간의 흔적들이 종과 횡으로 쌓여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개학 전 날 일기 밀려 쓰던 초등학생이 자란다고 딱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 쭉 밀려서 세 달치 몰아서 쓴 적도 있다. 다시 읽어보니 기어코 세 달치 몰아서 쓴 일기라고 따로 적어놓기까지 했다.

조선왕조실록이야 모야. 이런 거까지 왜 적는 건데요.


 

2. 먼슬리

 3년 다이어리와 3년 열애 끝에 헤어지고 먼슬리로 갈아탔다. 손바닥만 한 먼슬리고 크래프트지로 된 진짜 심플한 스타일이다. 한 칸 안에 매일매일 열 개 이내의 단어들과 작은 그림들로 빡빡하게 하루를 기록하고 있다. 매일 기록하려면 호흡이 짧아야 할 것 같아서 일기 대신 선택한 방법이었는데 감정 표현들이 점점 단순해지고 과격해지는 것 같아서 고민이 된다.  



2. 위클리

 입으로 들어간 것들은 공기 빼고 모두 적는다. 엄마한테 얻어먹은 맛있는 아침밥, 평일 점심 탄, 단, 지 완벽한 급식, 그 외 식사나 간식들은 불량하고 때로는 폭발적이며 아주 가끔 제정신이다.


 

3. 작심삼일도 백 번이면 일 년이다


요런 식

 매일 할 일을 적어 매일 아침마다 게시글로 올리고 그다음 날에 댓글로 점검하는 비밀 카페 이름이다. 친구 한 명과 함께 만들어서 둘을 서로 감시하고 있고 8년 정도 하고 있어서 이제 안 하면 허전하다. 카페 상단 이미지는 김연아 선수고 인터뷰 멘트가 적혀 있다. Q: 무슨 생각 하면서 스트레칭을 하세요? A: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서 해둔 것이긴 한데 뭐 하나 하려면 온갖 잡생각부터 물리쳐야 하는 걸 보면 아직 먼 것 같다.




4. 비밀 블로그

 뭔 비밀을 또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본 영화나 읽은 책을 기록하는 공간이다. 1년에 평균적으로 영화는 120편 정도 보고(중복 관람 포함) 책은 30권 정도 읽는다. (참고 자료 조사나 수업 준비용 도서, 수많은 그림책들을 합하면 100권이 훌쩍 넘는다) 개인적인 감상을 올리는 것이 부끄러워서 앞으로도 계속 비밀로 남겨둘 예정이다.




 나의 기록에 대해 점검을 해본 이유는 최근에 출판을 목표로 새로운 분야의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글을 제대로 써 본 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 '도대체 뭘 어떻게 쓰기 시작해야 하지?' 싶어 슬그머니 예전에 쓴 글들을 들여다보았는데... 깊은 고민이나 생각들도 단단하게 잘 담겨 있고 '나 이렇게 다시 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만큼 좋은 문장을 마주치고 놀라기도 했다. 그간 스스로를 기록하는 공간을 점차 늘려왔으면서도 소통할 의지는 0에 수렴하고 점점 글이 쪼그라들기만 한 것이 아닌지 새삼 반성을 하게 됐다.


 그래서 이 브런치에 공간을 하나 더 만들어서 나의 이야기들을 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내 인생의 숏 그리고 숏들을 모아 하나의 시퀀스로 완성하고 나를 표현하며 좋은 글로 정돈할 기회를 갖고 싶다.  


반갑다,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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