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루만 슬퍼하기로 했다
“조직 검사 결과... 암입니다.”
4월 8일, 차분하지만 걱정 어린 목소리에 찬란하게 빛나던 내 스물아홉 봄이 무너져 내렸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결국 참아왔던 감정이 터졌다. 세상이 꺼진 듯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정신을 겨우 추스르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암 이래...”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엄마의 떨리는 목소리. “지금 당장 집으로 와.” 나는 길을 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그날 하루는 눈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딱 하루만 슬퍼하기로 했다.
수술 전까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기로 했다. 가고 싶었던 곳들을 찾아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그 기억들은 마음에 행복한 순간으로 자리 잡았다.
수술 당일, 마음은 생각보다 잔잔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수술실로 향하던 길, 나처럼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마주쳤을 때 비로소 실감이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본격적인 치료를 위해 엄마와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내 앞에서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 없던 엄마는, 내가 잠든 새벽이면 몰래 눈물을 흘리셨다. 언제나 강인했던 엄마. 그런 엄마를 위해서라도 단단해지기로 다짐했다.
걷는 게 좋다기에 바람에 찰랑이는 나무숲 사이를 꿋꿋이 걸었고, 싫어하던 채소도 억지로 삼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음식이 느끼하게만 느껴졌고, 밥조차 잘 넘기지 못했다. 반찬투정을 했고, 괜히 화도 냈다. 그런 나 자신이 미웠고, 무엇보다도 엄마에게 죄송했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나까지도 묵묵히 안아주셨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뎠다. 모든 날이 괜찮진 않았지만, 나는 매일 밤 바람에 마음을 실어 간절히 빌었다. 하루라도 빨리 나아지기를. 그리고 지금, 그 바람처럼 조금 더 따뜻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모든 시간을 함께 걸어준 가족들, 특히 언제나 곁에 있어 준 엄마에게, 그리고 끝까지 묵묵히 견뎌준 나 자신에게 보내는 마음의 편지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