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자리, 그리고 우리

백색소음

by Rumex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자리에 앉는다. 나도 카페 한쪽 구석을 둘러보며 자리를 탐색한다. 조용히 앉을 틈도 없이, 어느새 사람들 틈에 자연스레 섞여 있다. 다들 이 소란스러운 백색소음을 들으러 온 걸까?


타자 치는 소리, 사람들의 환한 웃음소리, 커피 내리는 소리,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자동차 소리까지. 각자의 일상은 다르지만, 우리는 같은 소리 속에 있다. 나도 이 조용한 소란에 나만의 소리를 한 스푼 얹는다.


도서관보다 카페에서 더 집중이 잘 된다니, 나조차도 신기할 따름이다. 하루는 책을 읽으러, 또 하루는 글을 쓰러 이곳에 온다.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다 보면, 마치 내 하루도 바쁘게 흘러가는 것만 같다.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응원받는 느낌이 든다.


카페에서 일했을 때, 뜨거운 걸 못 만진다고 잘렸던 일. 친구들과 대화하다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아 싸웠던 일. 우리가 함께 나눈 웃음, 때론 말다툼까지. 그 모든 순간들이 이 카페에서의 잔잔한 기억들로 남아 있다.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찾아간다.


나도 얼른 앉아야지,

하지만 어느새

이름도 얼굴도 모를 사람들 속에 녹아 있다.


소란스러운 백색소음 속에서

서서히 마음이 소리 없이 가라앉고


커피 한 잔

고소한 산미에 졸음이 한 걸음 달아나고


커피 두 잔

우리들의 추억이 잔잔히 흘러나온다.


커피 세 잔

마음속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지고


그러다 문득,

온데간데없이 텅 빈 자리.


그 자리가, 내 자리였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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