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그리고...나

나를 믿자

by Rumex


글쓰기에 자신감이 한껏 차 있던 어느 날,

‘30일 동안 에세이를 쓰면 책을 만들어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건 내게 기회처럼 보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첫 주제인 ‘9월‘을 마주하자, 온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나에게 9월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달이었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글을 써보겠다고 큰맘 먹고 카페에 왔지만, 자판은 한 번도 두드리지 못한 채 음료만 홀짝였다. 멍하니 사람들만 바라보던 그때, 문득 떠오른 건 지구온난화로 사라진 가을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잘 알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찾은 건 챗GPT였다. 나보다 글을 더 잘 쓰니까. 하지만 혹시 몰라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그때 창현이가 하던 일을 멈춘 채 툭 던진 말이 내 심장을 톡 건드렸다.


“그건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실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그래, 이건 내 글이다. 내 생각과 감정을 담아야 하는 글이다. 자칫하면 그 위에 AI라는 먹물을 들이부을 뻔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생각할수록 창피함이 몰려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우리는 AI에 너무 의존하는 건 아닐까?


처음 등장했을 땐 ‘그게 뭐야?’ , ‘사람도 아니잖아’라며 고개를 갸웃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 자막, 블로그 글, 심지어 소설까지... 인공지능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심지어 챗GPT와 연애하는 사람도 있다니, 이제는 영화 Her 속 이야기만도 아니다. 상상이던 존재가 실존 인물처럼 느껴질 만큼, AI는 어느새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나 역시 챗GPT를 알게 된 뒤로, 시도 때도 없이 질문을 던지곤 했다. 궁금한 게 생기면 생각보다 질문부터 하게 됐다. 하지만 편리함이 커질수록, 내 생각과 감정이 옅어지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편리함이라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느리더라도 내 생각과 감정을 담아 글을 써 나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