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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로시마, 여행을 떠나다

by 부끄럽지 않게 Feb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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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제일 좋아하는 순간.

매연같이 퀘퀘한 듯 공항에 은은한 기계향

사람들이 스쳐지날 때마다 퍼지는 각 나라별 특유의 향수향

후각이 예민해 다양한 향으로 장면과 감정을 기억하는데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 밀려오는

향들이 여행의 감성을 자극한다.


사람들마다 여행의 의미는 모두 다르겠지만

생각이 많아 주변 눈치를 많이 보는 내게 여행은

'일상과의 분리'다.

그러니 평소와 다른 공항의 향에서 느끼는 새로움과 낯설음이 내겐 여행의 시작점인 셈이다.


문득 사진과 영상으로 장면을 저장하듯

향을 저장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많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나처럼

향으로 장면과 감정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꽤나 의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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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무척 좋아하지만

의사 선생님에게 여행을 해선 안된다는 이야길 들었던 나.

귀의 기관이 약해 비행기를 탈 때마다

항공성 중이염을 앓는다.


귀가 아파오는 걸 보니

착륙이 얼마남지 않았구나 싶어

창문 덮개를 열어보니

저녁 노을처럼 바다에 햇살이 비친다.

이 느낌을 결코 담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남겨보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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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에서의 첫 일정은

렌트카로 도쿠야마시로 이동하기.

한 번도 일본차를 소유해본 적 없지만,

내구성이 좋아 고장이 없다는 평가  때문에

일본차를 좋아한다.


운전석도 한국과 반대,

주행 차로도 한국과 반대.

처음 일본에서 운전할 땐 걱정, 염려 투성이었는데

지금은 기분 좋은 자극이고 낯설음이다.


일본에서 렌트해 운전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다들 천천히 운전하고, 양보를 잘해줘

운전하기 정말 편하다는 것.

그래서 경차가 너무너무 매력적이라는 것.

구매 비용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유지비도 너무 좋은데

한국만 돌아가면 어느새

마음은 욕심으로 가득 찬다.

오랜만에 마음 편히,

운전하는 이 느낌이 너무 좋다.


일본은 한국과 닮은 듯 묘하게 이질적인데

특히 눈 앞에 펼쳐지는 자연 풍경들이 그렇다.

섬이다 보니 갑작스럽게 펼쳐지는 바다

그리고 섬 특유의 나무와 식물들.

제주도와 조금은 비슷한 느낌일까.

내게 여행은 '일상과의 분리'였는데

묘한 이질감에 점점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여행에 빠져든다.


브런치 글 이미지 7

우동으로 유명한 다카마쓰에 여행간 적 있는데

그땐 정말 우동을 하루에 2번 이상씩 먹었다.

원래 우동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2번 이상씩 매일 우동을 먹으니

우동이 정말 물려서 보기조차 싫었다.


그런데 나도 정말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후 일본을 찾을 때마다

제일 먼저 먹는 음식이 되어버린 우동.

짭쪼름한 일본의 우동 맛이 자꾸만 당긴다.

이번 여행의 첫 식사도

이와쿠니시 킨타이쿄 앞에서 우동.

달짝지근한 간장에 흠뻑 절인 유부와 우동 국물이

너무 입에 맞아 아내가 남긴 우동까지

깨끗하게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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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유일한 일정인

'킨타이쿄'가 보수 중이었다.

그런데 어차피 벗어나고 싶어 찾아온 곳,

보수 중이라 못 보면 어떠랴 싶었다.

한적하게 산을 보고 강을 보며 걷는데

특별할 것 없는 산책로가 불현듯 운치있게 다가온다.

여행하는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예측이 어렵다.


그린리치호텔 도쿠야마에서 여행 첫날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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