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일과가 제법 맘에 드는 날도 있고 썩 마뜩하지 않은 날도 있다. 아쉬움이 가득한 날에는 곧잘 새벽 1,2시까지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 그렇게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하루의 끝을 새로운 날과 함께 시작하면 그 묵직함은 두배가 되어 내 눈꺼풀 위에 자리 잡았다.
나의 하루는 어제의 끝과 오늘의 시작의 경계에 걸쳐 모호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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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시간은 밤 11시가 되어있다.
나의 마음에 가벼운 조급함이 밀려온다. 끝내지 못한 샤워를 재빠르게 마친다. 하나둘씩 스위치를 눌러가며 온방을 환하게 밝혀주던 조명들을 조용히 잠재운다. 거실 한편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는 스탠드만이 지금 이 순간부터 본연의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위가 조용해지고 나의 그림자가 거실 한편을 가득 채운다. 모든 것이 잠잠하다.
그러다가 나의 한숨이 유난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고요의 순간에서도 내 스스로 만들어낸 소음에 정신이 번뜩 들어 침실로 향하는 방문 앞에서 멈칫거린다. 아쉬운 마음에 괜히 오도카니 서 있는다.
이 방문을 지나면 내일 아침이 찾아온다. 오늘의 끝과 내일의 시작을 이어주는 방문이 내 손 앞에 바로 있다.
하루의 마무리가 곧 다른 하루의 시작이 된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했다.
그저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겠지, 늦게 자니까 피곤하지 라는 일차원적인 생각을 하며 제대로 끝내지 못한 하루를 놓지 못하고 매일매일 그렇게 지내고 있었다.
내가 바라는 나의 아침 모습이 있다.
눈을 뜨고 개운하게 기지개를 켠다. 그리고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침실 문을 열고 거실로 향한다. 상쾌한 하루의 시작을 위해 간단한 아침 요가로 온몸을 구석구석 깨워준다.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주방을 향한다. 든든하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출근 준비한다.
간단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내가 바라는 아침의 모습은 좀처럼 나에게 다가오지 못했다.
평상시보다 일찍 일어나도 요가는커녕 아침 챙기기에도 빠듯했다. 시간이 부족한가 싶어서 조금 더 빨리 일어나도 여전히 아침은 늘 분주하고 바쁘기만 했다.
그렇게 내가 바라는 아침은 나에게는 전혀 닿지 않은 인연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새벽녘까지 가지고 가길 반복했었다.
그러다 새로운 근무지로 발령이 났다. 조금 더 멀어진 출퇴근 거리와 새로운 곳에 적응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비롯된 피로감을 덜어내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출근 시간은 전보다 빠듯해졌는데 나의 아침 시간의 밀도는 높아져갔다. 분명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을 하기 위해 문을 나서는 시간이 전보다 줄어들었는데도 내가 원했던 아침의 모습을 스스로 담아내고 있었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 아쉬운 마음이 들면 잠을 늦추곤 했었는데, 오늘 하루가 아쉽지 않으려면 어제의 마무리를 늦추지 않았어야 했던 것이다. 내일 하루가 아쉽지 않으려면 오늘의 마무리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하루의 아쉬움은 오늘의 마지막에 오는 것이 아닌 이미 지나간 어제의 마지막에 이미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아침은 밤 11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