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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고양 Jul 12. 2022

그림, 어디서 살 수 있나요?(1)

갤러리에서 그림을 사기 전에 알아야 하는 것들

아이와 함께 그림을 사기로 맘먹었지만, 어디에서 사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는게 문제였다. 사실 단순히 인테리어나 아이의 정서 함양 목적이라면 요새 아트포스터도 워낙 잘나오기 때문에 그런걸 사서 액자로 걸어놓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이왕 산다면 오래도록 곁에서 보면서 아껴줄 수 있는 원화가 사고싶었다.


백일 된 아이를 데리고 한달에 한두번씩은 무작정 이런저런 곳에 다녀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갤러리에 들어가는 것이 무척 뻘쭘했지만, 몇 번 하다보니 익숙해졌다. 이렇게 미술품을 보러 다니다 보니 의외로 미술품이 주는 힐링이 커서 고되다는 생각보다는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갤러리나 옥션 프리뷰에 다녀와서 남편과 이런 저런 작품들에 대해 감상을 나누다보면 서로의 취향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기도 했다. 그런 시간들이 하루하루 쌓여 우리 부부의 안목도 높아졌고, 아이도 훌쩍 자라 어느덧 15개월이 되었다. 아이의 나이만큼 우리의 컬렉팅 경력도 쌓이는 셈이다.


만약 갤러리에서 작품을 산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아래에 적은 내용들만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갤러리에 방문한다면 적어도 갤러리스트(아트 딜러)가 하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 대화가 끊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갤러리에서 미술품을 구매하기 전에
알아야 할 기본적인 단어들


갤러리는 미술품을 1차로 판매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것을 프라이머리(primary)라고도 부른다. 보통 어느정도 이름이 난 작가들은 전속갤러리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작가들의 작품을 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전속갤러리를 거쳐야만 한다.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구매하는 것의 장점은 첫째로 위작(僞作)을 살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일 것이다. 갤러리에서는 보통 인보이스, 보증서(certificate)를 발급해주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향후에 진품임을 입증할 수 있다. 또 갤러리가가 정해져 있고 이는 자주 변동하지 않으므로 호황기에는 경매를 통해 낙찰받는 것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다. 마치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 분양을 받으면 주변 시세보다 싸게 집을 살 수 있는 이치와 비슷하다.


갤러리에서 그림을 구매하기 전에 "리스트"라는 단어와 "호당가격"이라는 단어, 두 개는 꼭 알아야만 한다. 먼저 리스트는 price list의 준말인데 지금 살 수 있는 작품들의 제목, 가격 리스트를 말한다.갤러리에 들어가면 전시가 되어 있는 작품도 있지만, 전시되지 않은 작품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이 갤러리에서 살 수 있는 작품이 뭔지 알고 싶다면 담당자에게 "리스트 좀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자. 보통은 그러면 흔쾌히 지금 내가 살 수 있는 작품의 리스트를 보여준다.


갤러리에 방문할 때는 꼭 연락처가 기재된 명함을 챙기자. 내가 꼭 소장하고자 하는 작가가 있다면 명함을 주며 구매의사가 있으니 연락을 달라고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실 인기있는 작가의 리스트를 요청하는 사람들은 부동산에서 급매를 찾는 사람만큼 많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호당가격이란 그림의 가격을 매길 때 쓰는 단위다. 그림의 예술적 가치가 그림의 크기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갤러리에서는 가격을 호당으로 매기는 관행이 있다. 물론 가끔 아닌 곳도 봤지만.. 그러므로 갤러리에서 특정 작가의 미술품 가격을 문의할 땐 "(1)호당 얼마"냐고 물어보면 된다. 예를 들면 "OO작가님 그림은 호당 얼마인가요?"라고 자연스럽게 물어보자. "호당 10만원"이라고 설명하면 30호짜리는 300만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갤러리라고 하면 가나아트,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금산갤러리, 리안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우손갤러리, 조현화랑, 학고재, PKM 갤러리 등이 있다. 이런 곳에서 취급하는 작가들은 초보자가 접근하기에는 너무 가격대가 높다. 하지만 한국의 미술시장을 이끌어가는 한 축이기 때문에 안목을 키우기 위해 자주 들러보는 것을 권한다.


지난 겨울 가나아트에서 열렸던 김선우 작가 개인전. 아기, 남편과 함께 갔었다.




정말 인기있는 작품이라
솔드아웃이라는데..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내가 정말 인기있는 작가의 작품이 갖고 싶은데 해당 갤러리에서는 솔드아웃이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그 작품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다른 컬렉터에게서 매수하거나 옥션에 출품이 되면 낙찰 받는 방법이다. 하지만 가끔 리셀락이 걸린 일부 작가들은 이런 방법도 불가능해서 갤러리를 통해야만 구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핫한 작가들은 향후 몇 년치 작품들도 이미 다 예약이 된 경우가 많다. 이렇게 귀한 작품일수록 해당 작가의 충성 컬렉터들에게 먼저 컬렉팅 기회가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마치 명품 H사에서 가방을 하나 사려면 그릇, 의류 등 다양한 다른 제품들을 먼저 사서 셀러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거랑 비슷한 이치인 것 같다. 만약 내가 그 작가의 작품을 언젠가라도 꼭 얻길 원한다면 그 갤러리에서 취급하는 다른 작품들을 꾸준히 사면서 갤러리스트와 안면을 트는 것도 좋다. 첫 방문시에는 정중히 명함도 교환한다. 주기적으로 방문하거나 안부를 묻는다. 그럼 나중에 해당 작가의 작품 매수기회를 주기도 한다.


컬렉팅하고 싶은 작가가 생기면 해당 작가의 개인 계정, 전속갤러리의 SNS를 팔로우하자. SNS에 보통 작가의 개인전, 단체전, 각종 아트페어 참가 소식이나 기타 다양한 작가의 신상과 관련된 소식들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만약 전시회나 아트페어가 열린다면 되도록 직접 찾아가 작품을 확인하자. 사진보다 원화 느낌이 더 좋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날 오픈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작품을 매수할 기회가 더 폭넓다.


물론 그 갤러리의 단골이 있다면 기획전 이전에 리스트를 받고 이미 매수가 완료됐을 것이다. 그림 옆에 빨간 스티커는 매수완료, 파란 스티커는 웨이팅이 걸린 것이다. 만약 파란 스티커가 붙어있다면 매수자가 언제까지 고민해보겠다고 한 것이니까 갤러리스트에게 그분이 매수를 포기하면 내가 사겠다고 말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스티커가 붙어있으면 팔렸다는 의미다(임솔지 작가, 콜라스트)


가능하다면 작가님이 전시회, 아트페어 부스 등에 방문하시는 시간을 갤러리에 문의해서 작가님을 뵙고 평소 작품 세계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여쭤 보는 것도 좋다. 작품에 대해  깊이있는 이해를   있는 좋은 방법이다.




리셀락, 지켜야 할까?


갤러리에서 가끔 몇 년 간 해당 작품을 팔지 말라고 리셀락(resell-lock)을 거는 경우가 있다. 내가 프라이머리로 입수해놓고 바로 옥션에 내는 행동은 신의를 지키지 않는 행동일 뿐 아니라 해당 작가의 가치에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이 리셀락을 지키기 않는다면 해당 갤러리에서 앞으로 작품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게 된다.


내가 몇 차례 갤러리스트와 대화를 하면서 느낀 점은 그들도 눈 앞의 컬렉터가 어떤 사람인지 평가한다는 것이다. 리셀만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는 컬렉터는 기피대상이다. 작품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오래도록 곁에 두고 아껴줄 수 있는 컬렉터, 갤러리와 작가와의 신의를 지키는 컬렉터가 그들이 찾는 컬렉터다.


내가 자금사정이 너무 어려워져서 리셀락을 어기고 작품을 현금화 해야 한다면? 차라리 내가 샀던 갤러리에 재판매 해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면 신뢰를 상하지 않고 작품을 매도할 수 있다. 실제로 "만약 향후 리셀을 하시고 싶다면 저희한테 제일 먼저 문의해 주세요"라고 먼저 말하는 갤러리도 있었다.


편하게 자주 갤러리에 들르자


아무래도 초심자일수록 가격에 대한 감, 작품을 보는 안목이 없다는 것이 컬렉팅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가격에 대한 감은 자주 갤러리나 아트페어 등에 들러 문의하다 보면 어느 정도 생긴다. 그러니 좀 뻘쭘하더라도 자주 들러보기부터 시작해보자. 작품에 대해서도 다소 민망하지만 "이 작품은 어떤 의미인가요?" 등의 질문을 갤러리스트에게 해보면 또 그들 시각에서의 답변을 들을 수 있어 많은 참고가 된다.


아름다운 예술작품들을 보며 아이가 얼른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이 작품들에 대해 아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작품이 마음에 드는지 아이의 언어로 듣고 싶어서다. 그 감격스러운 순간이 올 때까지 아이와 함께 갤러리 투어를 계속 하리라.

아기와 함께 콜라스트 성수 갤러리에서, 임솔지 작가님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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