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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근한 수록 Sep 03. 2023

가을에는 허수아비가 될게요

자를 들고 눈금을 재던 때가 있었다  

멀어질수 없고 가까워질 수도 없어서  

딱 그만큼만 자리했어야 해서


나는 오늘도 자를 들었다  


이제는 자를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그렇게 평생 들고 다니던 자는 점점 길어질 줄만 알았지 

나는 소매 속으로 길어진 자를 숨겨놓았다


자를 수도 없고 잴 수도 없어진   

허수아비 팔처럼 뻣뻣해져 버린


이제는 논밭에 참새를 쫓으러 간다

길다랗게 

누렁벼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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