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림자의 노래 2] 3-4 시베리아 횡단 열차

제3부 시베리아 횡단 열차, 자작나무 좀비 - 퇴직자의 세계 단체배낭여행

by 초이르바

시베리아는 시린 냄새가 난다.

이르쿠츠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어지는 열차,

차창엔 보드카의 김이 서리고

황량함과 고독이 덜컹거리며 섞인다.

차창 밖은 벌판과 구름이 하늘에 수평선을 긋고

초지와 야생화는 농촌의 나무집을 감싼다.

시냇물이 실처럼 이어지다가 강줄기로 깊어지고

느릿한 몸짓의 농부와 울타리 안 두어 마리 개들이

정지된 풍경에 시간을 늘여놓는다.

유형의 땅 시베리아에도 꽃은 피는구나.

소와 개가 사람과 함께 시린 시베리아에도 사는구나.

시베리아 횡단 열차 차창 밖에는

창백한 자작나무가 수천의 숨결로 서 있다.

창백함이 다하면 나무는 허리를 동강 내어 쓰러지고

다시 겨울을 살아갈 나무가 움을 틔운다.

새벽빛이 밤을 밀어내면

물안개가 시베리아의 무게로 가지런하다.

새털구름이 아침 햇살을 튕겨내면

열차 안 승객들도 시베리아처럼 깨어난다.

오스틴의 빙리가

안개 속으로 이슬처럼 행복에 젖어 청혼하러 가던 그 언덕이

여기, 시베리아 평원인지도 모른다.

어렴풋하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 선명해지듯

낮이 되면 시베리아 초원은 흰 물감을 자작나무로 죽죽 내려긋고

한낮의 나른함이 깨어나는 저녁이면

하루의 삶을 진한 노을로 붓칠한다.

열차는 삼 일째 쉬다 가다를 반복한다.

시베리아도 여름은 여름이어서

햇빛은 시베리아 추위만큼 따갑게 살을 파고든다.

차창 밖 평원에 단조로움이 이어지면

자작나무 지평선 어느 한 점에

나도 권태로울 때까지 서 있고 싶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그 차창 밖에는

자작나무의 창백함이 고독처럼 덜커덩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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