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시베리아 횡단 열차, 자작나무 좀비 - 퇴직자의 세계 단체배낭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발 모스크바행 고속열차 삽산호 맨 앞 입구에는
파랑과 하양 원색 정장의 여자 승무원이 승객들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한다.
웃는 아이에 다가가듯
반가운 친구와 마주 앉아 이야기하듯
경치를 배경 삼아 사진을 남기듯
승객들은 줄을 서고
여승무원은 그 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얼굴이 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로 시작하는 톨스토이의 안나까레니나,
브론스키 대위가 카레니나 부인 안나를 만난 곳이 상트페테르부르크발 모스크바행 기차였지.
모스크바에 내리자마자 선로지기가 기차에 치어 몸뚱이가 두 동강이 나던 곳,
안나는 불길한 징조라며 입술을 떨며 눈물을 억누르고 있었지.
상트페테르부르크발 삽산호 여승무원은 모스크바에 브론스카야 백작 부인처럼 승객을 전송한다.
동상의 나라,
사람 이름으로 도로 이름을 부르는 러시아에서
삽산호 여승무원만은 동상으로 포즈를 취한다.
승객이 안나이건 브론스키 대위이건
아니면 시베리아 유형을 떠나는 도스토옙스키이건
여승무원은 상트페테르부르크 포즈를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