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그림자의 노래2]3-10좀비 러시아인

제3부 시베리아 횡단 열차, 자작나무 좀비 - 퇴직자의 세계 단체배낭여행

by 초이르바

러시아 여행 십삼일 째,

웃는 러시아인은 두 사람.

세상이 그들에게 화를 내는가 보다.

거리에서 내뿜는 담배 연기는 눈 내리는 시베리아처럼 부옇다.

길을 물으면

영어로 영어를 못한다고 말하고는

삼십육계, 줄행랑.

버스 안, 지하철 안 사람들은

꾹 다문 입술,

단단히 굳은 표정,

시베리아의 바람처럼

얼어붙은 눈빛.

그들은

하나둘 천천히 일어나

앞으로 나설 시점을 저울질한다.

차가 흔들려도

무표정은 흐트러지지 않고,

좌우로 밀릴 뿐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좀비들.

심각하게, 조용히,

돌진을 준비하는 자들.

그들은

눈이 녹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아는 사람들.

동상처럼 서 있고,

얼음을 깨도

물벼락을 뒤집어써도

끔쩍 않는 좀비들.

추위와 시간에

단련된 영혼,

혹은 잃어버린 표정.

러시아는

표정 짓는 살결 없는 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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