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시베리아 횡단 열차, 자작나무 좀비 - 퇴직자의 세계 단체배낭여행
러시아 여행 십삼일 째,
웃는 러시아인은 두 사람.
세상이 그들에게 화를 내는가 보다.
거리에서 내뿜는 담배 연기는 눈 내리는 시베리아처럼 부옇다.
길을 물으면
영어로 영어를 못한다고 말하고는
삼십육계, 줄행랑.
버스 안, 지하철 안 사람들은
꾹 다문 입술,
단단히 굳은 표정,
시베리아의 바람처럼
얼어붙은 눈빛.
그들은
하나둘 천천히 일어나
앞으로 나설 시점을 저울질한다.
차가 흔들려도
무표정은 흐트러지지 않고,
좌우로 밀릴 뿐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좀비들.
심각하게, 조용히,
돌진을 준비하는 자들.
그들은
눈이 녹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아는 사람들.
동상처럼 서 있고,
얼음을 깨도
물벼락을 뒤집어써도
끔쩍 않는 좀비들.
추위와 시간에
단련된 영혼,
혹은 잃어버린 표정.
러시아는
표정 짓는 살결 없는 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