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시베리아 횡단 열차, 자작나무 좀비 - 퇴직자의 세계 단체배낭여행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어느 곳이나 이발소 벽에 액자로 걸려 있었지.
그땐 몰랐어.
그가 문학의 모든 사조를 받아들이면서 모든 것을 부정한 사람인 것을,
열세 살 아래 아내 나탈리야 곤차로바를 의심하여
프랑스 장교 단테스와 결투 끝에 서른여덟,
한 문장처럼 짧은 생이었다는 것을 몰랐지.
상트페테르부르크 아르바트 거리,
그 부부가 동상으로 데이트하고 있더군.
이 골목을 산책해도 푸시킨 공원, 카페 푸시킨
저 도로를 지나가도 푸시킨 미술관, 푸시킨 박물관.
푸시킨은 도시 어디에나 있어 러시아는 푸시킨의 도시더군.
사격의 명수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마차를 타고 가다가 마지막으로 레모네이드 한 잔 마셨다네.
고작 아내와 육 년 살고 사라질 운명을 택한 것을 미리 알고 노래했던 걸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설움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
결투 장소에 세워진 오벨리스크는
이제 참고 견디라 속삭인다.
아니,
뻔히 죽을 줄 알아도 결투하라 눈짓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