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그림자의 노래2]3-9 푸시킨, 그땐 몰랐지

제3부 시베리아 횡단 열차, 자작나무 좀비 - 퇴직자의 세계 단체배낭여행

by 초이르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어느 곳이나 이발소 벽에 액자로 걸려 있었지.

그땐 몰랐어.

그가 문학의 모든 사조를 받아들이면서 모든 것을 부정한 사람인 것을,

열세 살 아래 아내 나탈리야 곤차로바를 의심하여

프랑스 장교 단테스와 결투 끝에 서른여덟,

한 문장처럼 짧은 생이었다는 것을 몰랐지.

상트페테르부르크 아르바트 거리,

그 부부가 동상으로 데이트하고 있더군.

이 골목을 산책해도 푸시킨 공원, 카페 푸시킨

저 도로를 지나가도 푸시킨 미술관, 푸시킨 박물관.

푸시킨은 도시 어디에나 있어 러시아는 푸시킨의 도시더군.

사격의 명수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마차를 타고 가다가 마지막으로 레모네이드 한 잔 마셨다네.

고작 아내와 육 년 살고 사라질 운명을 택한 것을 미리 알고 노래했던 걸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설움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

결투 장소에 세워진 오벨리스크는

이제 참고 견디라 속삭인다.

아니,

뻔히 죽을 줄 알아도 결투하라 눈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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