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그 앞에서.
복도에 커다란 택배가 놓여있었다. 나는 자세히 보았다. 휠체어였다. 한숨을 한 번 쉬고 집으로 들어갔다. 항상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던 아빠가 보이지 않았다. 아빠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빠는 가만히 누워, 노래진 눈을 끔벅이며 파란 하늘을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구름처럼 지나간 세월? 과거에 대한 후회? 아니면 곧 다가올 죽음에 대해?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나도 죽음 앞에 설 것이다. 그 때쯤이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병원에라도 가 있자는 말에 아빠는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죽을때가 되면 죽겠지." 그리고 돌아누웠다.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는 약한 뒷모습을 뒤로하고 방을 나왔다.
더 이상의 희망은 사치구나. 예상했던 일이다. 기적은 아무에게나 일어나지 않으니까 기적이다. 묵묵히 죽음을 기다린다.
p.s 다음에는 어릴 적 꿈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