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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리 Jul 28. 2022

엽서를 좋아하게 된 이유

좋아하는 물건, 엽서

나의 책상 위에는 언제나 몇 개의 파일이 놓여 있다. 정확히는 5개. 제주 한 달 살기 중 동생과 쓴 교환 일기 1개(빈 파일에 원하는 속지를 골라 꽂아서 사용하는 형태로 이전 글 '올해는 일곱 권의 노트'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스티커를 크기에 따라 모아둔 파일이 2개 그리고 엽서를 모아둔 파일이 또 2개다. 오늘은 이 중 엽서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크고 통통한 두 친구는 스티커 파일이고, 옆에 있는 2개의 파일이 엽서를 보관 중인 파일이다. 스티커 파일과 비교하면 내용물이 적어 보이지만 100장이 넘는 엽서가 담겨 있다 :)


엽서는 다른 문구, 물건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최근에 좋아하게 된 문구다. 그렇다고 아주 근래의 일은 아니고 아마도 지난 2~3년 사이 좋아하게 된 듯하다. 보통 다른 문구류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을 넘게 좋아해 왔으니 이 정도면 내게는 최근이 맞다.

어린 시절부터 문구를 아주 좋아해서 문구점을 떠나지 못했던 사람이 어디서든 접하기 쉬운 엽서는 왜 좋아하지 않았던 걸까- 생각하니 그건 엽서의 작은 크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수집, 소장을 목적으로 문구와 물건을 사지 않고, 필요한 때 잘 사용하기 위한 목적, 재미있게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입한다. (물론 아까운 마음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물건도 몇 개는 있다.) 그렇다면 엽서는 누구에게 무언가를 적어서 주기 위해 사는 것일 텐데, 나는 전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라서 마음을 담기에는 엽서가 너무 작게 느껴졌었다.


동료에게 마음을 전하기에 딱 알맞은 크기


모두 직장 동료에게 쓴 엽서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동료에게 무언가 주는 걸 좋아해서 종종 이렇게 준비하는데, 친구들이 이런 걸 보고 "나도 너 팀원 할래" 이야기하곤 한다. 물론 친구들에게도 비슷하게 엽서를 쓰고 선물을 종종 하지만 직장 동료처럼 매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다 마음에 변화가 생기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직장 동료를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할 때 손글씨를 적어 마음을 전하곤 하는데, 크기가 큰 편지지는 다 채우기 부담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그만큼 쓸 말이 없을 때도 있고, 할 말은 많지만 혹시나 받는 사람이 부담스러울까 봐 말을 줄일 때도 있다. 그래서 엽서를 사게 됐다. 편지지는 공간이 비어있으면 허전한 느낌이 들지만, 엽서의 여백은 그렇지 않다. 엽서는 내용 없이 사진이나 그림에 의미를 두고 보내는 경우도 있으니까 여백이 있어도 그럴듯해 보이고, 편지지와 비교했을 때 종이가 도톰하고 무겁기 때문에 조금 더 성의가 들어간 느낌이다.


여행 중 들고 다니기에 부담 없는 부피와 무게


주로 제주도 여행에서 사 온 엽서다. 친구와 동료에게 주고 이제는 몇 장 남아있지 않다.


다른 이유는 전국 방방곡곡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엽서는 스티커나 다른 문구류와 비교했을 때 쉽게 찾을 수 있는 기념품이고, 부피가 작고 가벼워 어느 여행길에서든 사고 들고 다니는 데 부담이 없다. 일상으로 돌아오고 시간이 지난 뒤에 전에 사 온 엽서를 다시 보면, 여행에서의 기분과 기억이 떠올라 좋기도 하다. 물론 나의 경우, 이렇게 여행지에서 사 온 엽서의 80%는 여행을 마치자마자 함께 사 온 기념품과 함께 주변에 선물하고, 10%는 여행에 동행했던 사람에게 편지를 적어서 준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여행이 끝나고 바로 주는 것이 아니고, 일상으로 돌아오고 시간이 꽤 지난 시점에 주는 것이다. 그럼 상대의 감동이 커지는 것 같다. 나머지 10%는 오래 가지고 있으면서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을 때마다 본다.


좋아하는 작가님과 엽서의 만남


좋아하는 이성혁 작가님의 엽서는 페어에 갈 때마다 사기도 하고 작가님께 선물로 받기도 했다. 다른 엽서들은 팍팍 잘 쓰지만 이건 아끼고 아끼며 사용 중이다.


또 다른 이유는 독서를 좋아하는 편이고 좋아하는 작가님도 여럿인데, 책과 관련해 제작되는 엽서가 은근히 많다. 좋아하는 작가님과 문구가 만났다면 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책 속 문장이 담긴 엽서는 알라딘을 통해 구입하기도 하고(주로 책 구매 시, 500원 내외의 가격으로 엽서를 살 수 있다.), 독립출판물을 좋아하는데 작가님이 엽서를 굿즈로 제작하여 증정하거나 북페어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런 곳에서 받거나 사 온다.


100장이 넘는 엽서는 이렇게 보관합니다.


일러스트 작가의 엽서도 좋아하고, 사진에 보이는 '태극당'의 엽서처럼 특정 브랜드에서 잘 제작한 엽서도 좋아한다. 저건 벌써 몇 년 전에 받았던 엽서다. 사진으로 잘 담지 못했지만 금박이 아주 예쁜 엽서다.


엽서를 보관하는 방법은 이렇다. 무인양품에서 구입한 파일에 꽂아 두고, 필요할 때 펼쳐보며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것을 빼서 쓴다. 수집과 소장에 목적을 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빼서 사용하느라 중간에 빈자리가 생기면, 다음에 엽서를 샀을 때 이 자리부터 채워 넣으면 된다. 처음 정리할 때는 같은 종류 또는 비슷한 느낌끼리 모아두지만 사용하며 흐트러진다고 해도 마음 쓰지 않는다.

이렇게 정리하게 된 것은 무엇이든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은 아니고 :) 전에는 서랍 한 칸에 엽서와 편지지를 마구 넣어두었는데, 때마다 원하는 것을 딱 찾아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아, 분명 이런 엽서를 샀던 것 같은데, 어디 있지?' 서랍을 쓱 보다가 '됐다. 귀찮아. 아무거나 쓰지, 뭐' 이런 식이었다. 엽서를 파일에 정리한 지금은 잘 찾아서 사용 중이고, 종종 펼쳐보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무인양품 파일에 보관하기 어려운 엽서는 서랍에 보관 중이다.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를 모티브로 제작한 엽서도 좋아하는데, 이런 건 흔하지 않아 발견하면 사야 한다! 이렇게 귀여운 걸 발견하면 내 것만 사기는 아쉬워서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 동료에게 줄 것도 꼭 같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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