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좋아한다. 일기라든가 창작의 성격을 띤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도 맞지만 볼펜이나 샤프를 쥐고 글자를 쓰는 일 자체를 즐기는 것으로 이런 취미활동을 갖게 된 것은 벌써 20년이 더 됐다.
나처럼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가 저마다 다양할 것 같은데, 나의 경우, (스스로 이렇게 말하기 쑥스럽지만) 내가 쓴 글씨를 퍽 좋아하고 아낀다는 데 큰 이유가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담임 선생님이 필기 중인 나의 공책을 살피더니 "얘들아, 우리 반에 한석봉 뺨을 때릴 친구가 나타났다" 말씀하셨다. 당시 과한 칭찬에 수줍음을 느끼면서도 뿌듯하고 기분 좋았던 기억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다.
요즘 학교에도 그런 역할이 있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학급의 서기를 할 수 있었고(서기를 하고 싶어 하는 친구가 반에 꼭 몇 명은 있었고 아이들 사이에 인기 있는 역할이었다), 필기 노트를 빌려 간 친구로부터 "우와, 꼭 프린트한 것 같아", 작은 쪽지 또는 서류에 서명을 받은 회사 동료로부터 "우와, 스리 님 글씨가 정말 예쁘네요. 꼭 폰트 같아요" 자주 칭찬받았다. 칭찬에 칭찬이 쌓이며 글씨를 쓰는 일을 점점 더 사랑하게 됐고, 글씨 쓰기와 연결된 일기와 편지 쓰기, 다이어리 꾸미기, 필사와 메모까지 즐기게 됐다.
올해는 일곱 권의 노트를 사용 중이다. 누군가는 '그렇게나 많이? 그렇게 쓸 말이 많단 말이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용도를 구분하여 쓰다 보니 금방 숫자가 이렇게 됐다.
하루 한 칸씩 채우는 재미, 먼슬리 무인양품 제품
A5 사이즈, 32매. 1,300원의 행복이다.
남는 페이지는 먼슬리 칸을 무시하고 간단히 내용을 적고, 귀여운 스티커와 각종 종이를 붙이고 있다.
보통 다이어리를 사면 꼭 쓰지 않는 페이지가 생기고, 바쁜 시기에는 여러 페이지를 쓰고 꾸미는 게 어려워지므로 현재는 먼슬리 노트와 일기장을 따로 사서 쓰고 있다.
보통 다이어리는 13개월 정도의 먼슬리가 인쇄되어 있는데, 이건 굉장히 넉넉하게 인쇄되어 있다.
해가 바뀌면 먼슬리 노트를 새로 구입할 것이므로 딱 12개월의 먼슬리만 채울 것이고, 뒤쪽으로 남는 장들은 일기는 아니고 짧지만 기록하고 싶은 내용들을 적고 있다.
만족하며 사용 중이라 더 좋은 제품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면 해마다 이 노트를 구입해 쓸 것 같다.
두 권의 일기장 제주 어느 소품샵 제품, 몰스킨 제품
동백꽃 다이어리의 종이는 연한 노란 빛을 띠고, 종이가 도톰한 편이라 아래의 몰스킨과 비교하면 비침은 확실히 적다.
여행 중에는 편지지 같은 데 일기를 쓰고 집에 와 이렇게 붙인다. 몰스킨은 종이가 얇아 비침이 이렇게 심한 편이다.
최근에 좋아하는 작가님의 매일 일기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덕분에 4월의 나날을 기록했고, 오후 또는 밤 중 한 번은 펜과 노트 앞에 앉는 습관이 제법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빨리 다 쓰면 좋겠다고 생각한 다이어리 한 권을 다 채우고, 몰스킨 노트를 처음 구입해 사용 중이다.
동생이 제주 여행 기념품으로 사 온 동백꽃 다이어리.
동생이 준비한 선물이라는 점을 빼고는 아쉽고 불편한 점이 많았다. 노트 앞에 귀여운 동백꽃이 달려 있어 왼쪽 페이지를 쓸 때마다 울퉁불퉁함이 다 느껴져 불편했다. 커버와 노트를 분리할 수는 있지만 빡빡하게 끼워진 편이라 매번 그러기엔 번거로움이 있어 그냥 불편을 감수하며 썼다.
종이의 색이 연한 노란 빛을 띠고, 종이가 거친 편이라 보는 것도 쓰는 것도 선호하는 종류가 아니었다. (휴, 겨우 다 썼다.)
문구를 좋아하면서도 몰스킨 노트 구입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혹시 모를 가품이나 B급 제품을 피하려고 공식 몰에서 제 가격을 주고 구입했다. (이러면 호구인가.)
특징과 아쉬운 점은 나는 글씨를 작게 쓰는 편인데도 줄 간격이 꽤 좁은 편이라 글을 쓸 때 손에 힘이 꽤 들어간다.
종이가 얇아 나처럼 손에 땀이 잘 나는 사람들은 쓰다가 종이가 군데군데 젖기도 하고, 보통의 볼펜으로 쓰는데도 뒷면의 비침과 자국이 잘 보이는 편이다. 아마도 나는 평소에도 필압이 조금 센 편이라 더 그런 듯하다.
장점은 우선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이 있고 가름끈도 센스 있게 초록색이고,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몰스킨 노트를 쓰고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회사가 쉽게 폐업하거나 제품의 생산이 중단될 일이 적어 수년 동안 같은 크기 노트를 계속 구입하기 쉽고 그럼 보관도 용이할 것 같다. 실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을 많이 있다.
동생과의 제주 한 달 살기를 담은 다이어리 무인양품 제품
바인더와 속지를 따로 판매한다. 참고로 그림은 무인양품에서 판매 중인 것은 아니고 동생이 좋아하는 박혜미 작가님의 그림을 바인더에 맞춰 자르고 구멍을 뚫어 끼운 것이다.
먼슬리 채우는 것을 좋아해 먼슬리 노트가 있지만 바인더에 끼울 먼슬리 속지도 사고 이중으로 썼다. 매일 밤 이렇게 동생과 교환일기를 썼고, 여행을 마치고 서로 교환했다.
귀여운 물건을 좋아한다고 벌써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자주 사용하는 문구는 단순하고 간결하면서 제 역할을 하는 물건을 좋아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노트, 필기구같은 문구류.
구멍 숫자에 따라 3공 또는 6공 다이어리 등으로 불리는 이런 형태는 취향에 따라 속지를 정할 수 있고, 글을 쓰거나 꾸미기를 하다 망쳤을 때 종이를 찢을 일 없이 한 장만 빼서 쉽게 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어떤 사람은(예를 들면 내 동생 같은 사람) 다이어리 한 장 꾸미기를 망치면 그 다이어리 자체에 흥미를 잃기도 하므로 중요한 장점이라고할 수 있다.
불편한 점은 다이어리에 속지를 채워둔 채로 글을 쓰기는 불편하다. 특히 왼쪽 페이지는(오른손잡이 기준) 글자를 쓰는 손목에 속지를 고정하는 링이 자꾸만 걸려서 나는 보통 번거롭기는 하지만 속지를 빼서 글을 쓰고 다 마치면 속지를 다시 꽂아주고 있다.
무엇이든 담는 2권의 노트 핸드메이드 제품, 무료로 받은 노트
리갈패드를 끼워 사용하는 형태로 리갈패드를 교체하며 계속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리갈패드의 장점은 가볍고 편리하게 메모가 가능한 것인데, 다이어리가 너무 무겁다. (하하....)
뜬금없이 영어 단어 공부를 하기도 하고, 여행 짐을 어떻게 챙길지 적기도 하고, 집에 두고 무엇이든 생각나는 대로 쓰는 노트다.
가죽 제품은 몇 해 전 온라인에서 구입한 핸드메이드 제품이고, 리갈패드의 커버로 제작되어 크기가 딱 맞고 펜 홀더가 달려있어 필통을 따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아쉬운 점이라면 리갈패드에 비해 크기가 크고 무게가 있는 편이라 휴대하려면 조금 큰 가방과 튼튼한 어깨가 필요하다.
참고로 나는 필통 없이 다니는 것은 편하고 좋지만, 펜으로 글씨를 쓰다 틀렸을 때 이런 식으로 줄을 긋고 다시 쓰는 것은 싫어해서 지워지는 펜을 가지고 다닌다 :) 그럼 마음이 든든하다.
굴러다니던 노트 중 하나를 골라 집에서 막 쓰는 노트로 쓰고 있다. 특정한 주제 없이 생각나는 내용을 무엇이든 적고, 영어 공부라든가 무언가를 할 때도 이 노트를 쓴다.
이번 편에서 소개하는 다른 노트들은 마지막 장을 다 채우면 버리지 않고 보관을 할 것인데, 이 노트는 진짜 막 쓰는 노트라 미련 하나 없이 버릴 것이다.
두고두고 읽어 보는 필사 노트 무인양품 제품
첫 번째 사진은 노트와 펜을 구입한 날 찍어둔 사진. 180도 펼쳐지고, 무엇보다 필기감이 좋다.
좋은 문장, 다시 읽고 싶은 문장을 필사하고, 짧게 생각을 남기고 있다. (요즘은 전보다 책을 많이 읽고 있어 밀렸다. 그것도 여러 권...)
무인양품의 다이어리와 먼슬리 노트를 사용해보고 종이의 질에 반하여 구입하게 된 노트다. 볼펜은 보통 시그노 0.38을 쓰고 간혹 0.5를 쓰기도 하는데, 이 볼펜과 무인양품의 종이가 만나면 펜이 종이 위에서 부드럽게 굴러가는 느낌이다.
필사 노트는 몇 해가 지나도 가끔 펼쳐 읽곤 하는데, 이전에 썼던 노트 중 한 권은 제본이 약해 보관 도중 일부 페이지가 뜯어져 버렸고, 한 권은 로디아 노트인데 종이 질이 어떻게 된 것인지 보관 중 글씨가 꼭 번진 것처럼 변했다.
이 노트는 해가 지나도 그러지 않으면 좋겠다.
독자 입장에서 다른 사람의 노트를 구경하고 살짝 들여다보는 일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었을지 모르겠는데, 이 글을 쓰는 나의 마음은 무척 재미있었다. 그리고 사실은 일곱 권의 노트가 다는 아니고 일하며 쓰는 노트와 책상 위에서 급히 메모할 것이 생겼을 때 뜯어 쓰는 작은 노트가 더 있다. 아직 올해의 절반을 왔을 뿐이니 더 늘어날 수도 있고.
아, 이 글 제목의 배경이 된 사진은 제주 한 달 살기 때 기록한 다이어리의 한 부분이다. 다녀온 곳들 중 로고가 귀여운 가게, 마음에 들어 또 가고 싶은 가게의 로고를 따라 그렸었다. 이번 글은 이걸로 진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