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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리 Aug 11. 2022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스티커

좋아하는 물건, 스티커

문구류 중 가장 오래 좋아하며 모아 온 것은 스티커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내가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나이 이전부터 이미 스티커를 좋아하고 있었다.


이렇게 꼬마 시절부터 스티커와 문구를 좋아한 건 아마 두 사람의 영향을 받은 듯한데, 엄마와 사촌언니다.

나는 보통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섬세한 가위질을 꽤 잘하는 편인데, 어린 시절에 그 이유가 있다. 어린 날, 엄마와 마주 보고 앉아서 속눈썹이 길고 눈이 커다랗던 인형과 옷, 그녀의

가방과 구두를 작은 손으로 열심히 오렸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이렇게 공들여 오릴 필요가 없는 스티커로 된 인형 옷 입히기를 발견했고, 당시 동전 몇 개면 살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이라 열심히 사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이게 스티커 모으기의 시작이었다.


어린 시절 세 살 차이 사촌 언니의 방은 보물 창고 같았다. 다들 알겠지만 어릴 땐 언니, 오빠가 하는 것은 다 예쁘고 멋져 보이는데, 언니에게는 조르면 지갑을 잘 열어 주는 아빠(나에게는 삼촌)가 있었고, 덕분에 예쁘고 신기한 물건이 꽤 많았다.

그리고 언니 손을 잡고 가는 팬시숍은 동네 문방구보다 몇 배는 크고, 당연히 물건도 다양해서 사고 싶은 것 천지였다. 나는 그곳에 가면 특히 스티커와 펜 종류에 마음을 빼앗겼다.


스티커는 대부분 파일에 보관 중인데,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스티커 보관용 파일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세 번째 사진은 여러 날 산  아니고, 모두 같은 날 구입한 것이다. 다이어리 꾸미기 페어 같은 곳에 마음을 먹고 가서 사 온 것이다 :)


이렇게 모은 스티커는 다 세어보기 어려울 정도인데, 아마 지금 천 장은 넘을 것이다. 아,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점은 꼬마 시절부터 지금까지 겨우(?) 천 장의 스티커만 모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보통 2~3년에 한 번씩 서랍의 모든 짐을 꺼내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고, 이때마다 백 장가량의 스티커가 새로운 주인을 찾거나 쓰임을 잃곤 했다. 그러니 지금 가지고 있는 스티커는 이 과정마다 굳건히 자리를 지킨 친구들, 선택받은 스티커들이다.


이 많은 스티커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고민했고, 고민이 길어지며 스티커를 주제로 한 글쓰기를 미루기도 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스티커에도 패션처럼 유행, 트렌드가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모를 것도 같았다.

맞다. 스티커에도 유행과 트렌드가 있고, 시기가 지난 스티커는 오래된 옷처럼 촌스러운 느낌이 난다. 재미있지 않은가?

아무튼 내가 시기별로 사랑했던 스티커를 보여주려고 한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옛날 스티커들, 누구 주거나 버리지 말고 다 가지고 있을 걸 그랬다. 그럼 내용이 더 풍부하고 재미있었을 텐데, 약간 아쉽다. (그러니 감안하고 읽어 주시기를.)



유행은 돌고 돈다. 스티커의 세계에서도 그렇다. 이건 띠부띠부씰이고(뗏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 근래에 포켓몬 빵이 아주 크게 유행했기 때문에 더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사실은 더 사용할 일이 없는 스티커라 이전에 정리하려고 했었는데, 가지고 있기를 잘했지. 때마침 포켓몬 띠부띠부씰 유행이 돌아온 거다.


사진 속 스티커는 중고등학생 때 그리고 대학생 때 모은 것이고, 2000년 중반 정도부터 2010년 전후의 스티커들이다. 신기한 일일 수 있는데 스티커와 문구는 좋아하지만, 만화는 전혀 좋아하지를 않아 케로로에는 관심도 없고 캐릭터 이름도 몰랐다. 그런데도 스티커라는 이유로 모았던 거다.

카카오 프렌즈 스티커도 비슷한데,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저걸 모으고 있었다 :)


띠부띠부씰은 이렇게 모으기만 하고 대부분 붙이지는 않았다. 아, 그리고 혹시나 걱정할까 봐 이야기하면, 나는 선생님과 엄마 말을 잘 듣는 학생이어서 스티커만 가지고 빵은 버린다든가 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그리고 나의 어린 시절 별명은 '빵순이'였다). 저건 모두 일주일에

한두 개씩, 착실하게 사서 모은 거다.



2010년부터 2015년 정도까지 모은 스티커고, 놀랄만한 사실은 이건 2~3년마다 돌아오는 스티커 정리의 날들에서 남은 친구들이다. 즉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의 최소 열 배 정도는 다른 주인을 찾거나 (슬프지만) 버려졌다. 놀랄만한 사실 둘, 이건 모두 손으로 직접 오린 거다. 앞에서 말한 섬세한 가위질을 꽤 잘한다는 이야기, 거짓말이 아니다.


이런 스티커는 보통 '인쇄소 스티커'라고 하고, 문구인 사이에서는 간단히 줄여 '인스'라고 불린다. 지금은 다이소 등 큰 곳에서도 이렇게 오려서 사용하는 인스를 출시하기도 하지만, 전에는 대개 문구를 좋아하는 개인이 만들어 판매했다. 인쇄 값이 저렴한지 보통 천 원에 10장

내외를 살 수 있었고, 천 원짜리 스티커를 사면서 택배비를 부담하기는 아까우니, 우편으로 받곤 했다. 그럼 집의 우편함에 스티커가 도착할 때까지 혹시 분실될까 싶어 조마조마하며 기다리곤 했다. 추억이다.


웃기게 생각할 수 있는데, 인스는 사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가위로 오리는 맛 때문에 샀다. 스티커 몇 장을 꺼내 오리다 보면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사실 저 열 배의 스티커가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내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는 뜻인가, 아무튼.



2010년부터 2015년 정도까지 모은 스티커로 주로 일본 제품이고, 보통 '씰 스티커'라고 부른다. 요즘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당시 한국 문구 회사에서는 이런 스티커를 잘 만들지 않았고, 한국 스티커는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 위주였다. 그래서 문구를 좋아하는 어른이들은

이렇게 일본 스티커를 사서 모아야 했다.

그때는 한국 스티커와 비교하여 정교하면서도 귀여워 보였는데, 지금은 한국에도 씰 스티커가 흔하고 다양해져 한국 스티커 중 귀엽고 예쁜 게 더 많은 것 같다.



2020년 전후로 모은 한국의 씰 스티커다. 문구 세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그동안 아는 사람만 알고 좋아했던 다이어리 꾸미기, 스티커에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고, 이제는 폰꾸(핸드폰 꾸미기), 폴꾸(폴라로이드 사진 꾸미기) 등 별걸 다 꾸민다. 이런 문화, 너무

찬성이고, 두 팔 벌려 환영이다. 덕분에 문구의 세계에서 재능을 펼치는 일러스트 작가가 늘어났고, 스티커와 문구류가 무척 다양해졌다. 너무 좋다.

한국의 씰 스티커가 다양해지고, 개인 창작자가 활발하게 스티커를 제작함에 따라 일본 씰 스티커는 구경도 안 한 지 한참 됐다.



2020년 전후로 모은 스티커다. 조각 스티커라고 해야 할지, 무엇으로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요즘 가장 좋아하는 스티커 종류다.

무언가 스티커 중 가장 힙한 느낌이랄까. 귀엽고 좋다.



이렇게 다양한 스티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궁금할 것 같아서 사진을 몇 장 첨부한다 :) 쇼핑, 여행, 출근과 일, 기념일 등 다양한 상황에 맞는 스티커를 모두 가지고 있어서 고르고 사용하는 맛이 아주 좋다.


내가 이렇게 스티커를 사서 모으고 좋아할 때면 동생이 이야기한다. "언니는 좋겠다. 3만 원에 그렇게 행복할 수 있어서" 무슨 말인가 하면, 동생은 옷을 좋아하는데 옷은 여름 티셔츠가 아닌 이상 3만 원으로 예쁘고 좋은 아이템을 사기는 쉽지 않다(적고 보니 요즘은 물가가 올라 이 돈으로

여름 반발 티 사기도 쉽지 않을 수 있겠다). 그런데 나는 3만 원이면 이런 스티커 10장 정도를 살 수 있고, 이렇게 스티커 쇼핑을 하고 나면 책상에 올려두고 일주일은 즐거워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스티커를 사서 모으고 사용하는 건 꽤 괜찮은 취미라는 이야기고, 취미 생활로 추천하는 바이다.


스티커를 사면 이렇게 사진을 찍어둔다. 나중에 사진을 모아 보면 그날의 재미와 즐거움이 떠올라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 스티커를 사고 모으고 활용하는 것은 너무 재미있는 취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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