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 <오디션> 후기
아오야마는 아내와 사별한 뒤 어린 아들과 둘이 살게된다.
7년이 지나 고교생이 된 아들은 외로워 보이는 아버지에게 재혼하는 건 어떠냐고 말을 꺼내고, 안그래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던 그는 아들이 먼저 제안을 해주는 통에 마음이 편하다.
아오야마는 친구인 요시카와와 술을 마시던 중 그 이야기를 꺼내게 되고, 영화 제작과 방송 프로듀싱에 종사하는 친구는 거짓으로 오디션을 열어 여성들을 모아보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골라보라고 아이디어를 낸다.
아오야마는 거짓으로 여는 오디션이 탐탁치 않지만, 면접 볼 지원자들의 서류를 추리는 표정이 왠지 신나 보인다. 그러다 한 여성의 프로필 사진에 꽂히는 아오야마. 첫눈에 반해버리니 자기소개서는 매혹적으로 술술 읽힌다.
드디어 오디션 당일.
수많은 지원자들을 인터뷰하고 장기를 봐도 마음에 안차던 그는 드디어 마음에 두었던 여성을 조우하게 된다. 묘한 페이스와 매력적인 분위기에 완전히 빠져버리게 되고, 뭔가 찜찜하다는 친구의 만류에도 성급하게 연락을 하게된다.
이 여성도 싫은 내색없이 그를 받아주고, 몇번 만나게 되면서 관계가 발전되나 싶을 때쯤 돌연 사라져버리는데. 아오야마는 그녀의 뒤를 쫓다가 한 남성의 실종사건과 기이한 살인사건에 연관이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일본에서는 2000년에 개봉했으나 한국에선 이제 개봉한 청불 영화. 공포 쫑보인데, 심령물 말고 도시 괴담이나 기묘한 미스터리를 품고있는 사건물 같은 스타일을 좋아해서 집중하여 관람함 ㅎ
거기에 일본 특유의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잘 살린 영화였다. 대신 잔인한 장면의 수위가 쎄서 조금 힘들었음...
이 영화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만연해있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그릇된 인식과, 그 사회분위기 속에서 반대로 그것을 이용하려는 여성의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제대로 된 여자들은 없다고 말하면서, 자신들의 권력으로 거짓 오디션을 개최해 이상형을 고르는 남성들. 거기에 처음보는 남성들 앞에서 쉽게 가슴을 오픈하는 여성들.
아오야마는 오디션 참가자들의 지원서를 보다가 아내의 사진 액자를 덮는다.
마치 죄책감처럼 아내는 망령의 모습으로 영화 내내 그의 꿈속에 등장하고, 집에 놀러온 아들의 여자친구마저 무의식적으로 성적인 대상으로 인식된다. 매혹적인 여성과의 꿈만 같은 만남이 오히려 불안한 그.
왜 이런 완벽한 여자가 오디션을 통해 나와 만나게 되었을까- 싶은 불안감은 공포로 변질되어 그녀의 정체성을 뒤바꾼다.
그리고 그런 남성들을 유혹하고 나중에 고문과 신체절단을 하며 자신만의 놀이(?)를 즐기는 그녀.
마치 남성들이 성적 유희를 위해 여성들을 포르노 산업의 소비재로 만들어놓고 즐기듯, 그녀의 놀이 장면은 꽤 길고 디테일하게 표현된다. (이때 여주인공의 표정이 제일 해맑다...)
잔인함의 표현이 강해서 편하게 관람하긴 힘든 영화였지만, 그만큼 메세지와 은유가 강렬했던 영화. 고어스러운 연출을 잘 보시는 분들에게는 추천.
*남자 주인공이 정준하와 많이 닮아서 살짝 살짝 몰입이 깨졌었음 ㅋㅋ
**여주인공 역할을 한 배우가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