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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 Aug 10. 2022

여름엔 도서관

노인과 바다를 찾아서


여름엔 시원한 도서관이 참 좋은 것 같다.

저번 주는 아침에 거의 도서관으로 출근하다시피 했다.

아침에 큰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그 근처에 새로 생긴 도서관으로 간다.

그 도서관은 공간 두 개가 땅콩처럼 이어진 하나의 열람실에 문학과 자연과학 등 모든 책들이 

분류별로 꽂혀있다.

따라서 책을 찾으려고 이동을 많이 할 필요가 없고, 구석구석 앉을 곳은 많다.




기존의 도서관은 대체적으로 정숙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책들도 손때묻은 세월감이 느껴지는 반면,

새로 생긴 도서관은 약간의 소음을 허락하는 밝은 분위기에 새 책들이 많다.

내가 가는 도서관은 적당히 차분하고 적당히 밝아서 마음에 든다.

특히 올여름에 읽으려고 하는 세계문학 고전들이 출판사별로 있는 데다가 다 새 책이라 기뻤다.




표지가 익숙한 민*사 세계문학 시리즈 앞에서 눈으로 제목들을 훑어보니 세상에는 내가 읽지 못한 책들이 참 많고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많구나 싶다.

그중에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꺼내 들고 앉을 곳을 찾았다.

도서관 벽 쪽 책꽂이 중간중간에는 작은 창이 있고 그 창에는 책꽂이 대신 한 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 「노인과 바다」를 읽기 시작했는데, 두 번에 걸쳐 60페이지까지 읽은 상태다.




하루 걸러 도서관에 또 가서 꺼내 읽으려고 하니 책이 없었다. 

하필이면......「노인과 바다」만 이 빠진 자리처럼 비어있다. 

나도 모르게 분통이 터졌다.

이렇게나 많은 책 들 중에 하필이면 이란 생각이 들었다. 검색을 해 보니 대출 중으로 뜬다. 




도서관은 누구든지 와서 읽고, 어떤 책이든 빌려 가는 곳이긴 하지만,

그 사람은 어떤 동기로 「노인과 바다」를 읽으려고 하는지 궁금했다.

누구의 추천을 받았을까, 아니면 단순히 여름방학 숙제일까,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질문은 나는 왜 「노인과 바다」를 읽고 싶은 걸까?

어떤 동기가 있긴 있겠지만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60페이지까지 읽은 바로는 읽기 잘 한 것 같다.




「노인과 바다」가 없는 바람에 생태 관련 서적을 한 권 읽었는데 좋았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언급되어 읽어보고 싶어진 「까라마조프의 형제들」도 몇 페이지 읽었다.

도서관에는 수많은 책들이 있으니 하필이면 그 책 아니라도 읽을 책들은 많다.

그래도 읽다 만 책이 자꾸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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