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환자나무
없을 무, 근심 환, 놈 자, 근심을 없애주는 나무란 뜻이다.
근심은 늘 사람과 가까이에 있다.
근심 걱정 없이 편안한 상태를 행복이라고 한다면 행복은 짧고 근심은 길다.
사람은 근심 걱정을 사서 하는 경우가 많다.
돈이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 일을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 알아도 걱정, 몰라도 걱정,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 사람이 미워도 걱정, 미운 사람이 가고 없어도 걱정...... 근심을 없애주는 나무라니 얼마나 특별한가.
무환자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점 때문에 근심을 없애주는 것인지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긴다.
백련암에 무환자 나무가 있다고 해서 가봤다.
통도사에서 암자 가는 길로 깊숙이 들어가니 백련암이 나온다.
백련암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은행나무다.
600살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고목이다.
나무에는 은행이 다닥다닥 많이도 열려있다.
바닥에 떨어진 은행을 밟지 않고 나무에 다가가 보려고 애를 써봤지만 워낙 많이 떨어져 있어서
피할 수가 없었다. 뽀작뽀작 은행 밟는 소리가 났다.
가까이서 보니 나무는 더 늙어 보였는데 줄기는 어마하게 굵어서 친구와 둘이서 안아도 다 안아지지가
않았다.
무환자나무는 법당 뒤 비탈진 언덕에 우뚝 솟아 있었다.
이 나무 나이도 150살은 넘어다고 하는데 범상치 않은 느낌이다.
줄기는 곧게 서고 위 가지는 구부러져 하늘로 용솟음치는듯하다.
깃모양 이파리는 제법 컸다.
무환자나무의 속명 사핀두스(Sapindus)는 비누라는 뜻인데, 열매껍질을 물에 적셔서 비비면 거품이 나기 때문이다.
열매가 익어 말랐을 때 흔들면 씨가 구르는 소리가 나고, 그 씨로는 염주를 만들 수 있다.
나무를 올려다보니 열매 찾기가 쉽지 않다. 비탈진 언덕에 올라서 열매를 겨우 몇 개 주울 수 있었다. 열매가 끈적끈적하다. 이 끈적한 성분이 거품을 일으키는가 싶다.
열매를 까보니 검은색 영롱한 구슬 같은 씨앗이 나온다. 열매껍질을 물로 비벼보니 거품이 아주 많이 나온다. 너무 신기하다.
이 열매를 먹으면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고,
나무를 심으면 자녀에게 화가 미치지 않으며 잡귀가 없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이런 나무가 있다는 게 든든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은행나무, 무환자나무야 안녕~!
단풍 드는 깊은 가을에 다시 찾아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