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노래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잃고 나면 누군가는 말한다. 이제 보내주라고. 잊으라고. 산 사람을 살아야 한다고. 세상으로 오는 데는 순서가 있지만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고. 위로도 아니고 조언도 될 수 없는 세상의 말들을 이야기한다.
이별을 한 사람들도 알고는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잊어야 한다고 마음을 먹고 방문을 닫아도 빈 방을 가득 채운 기억들이 미안하고 그립고 아쉬워서 하얗게 밤을 지새우게 된다. 비어 버린 방이 더 비어 더 넓어진 것 같은 텅 빈 공간에서 미처 전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차마 목소리를 내어 말하면 애써 버텨 본 텅 빈 방마저 무너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이별이 생이별이지 않을까. 갑자기 닥쳐온 이별에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 걸까?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이라는 것을 알기에 한없이 의연했다가, 세상의 아픔의 끝을 본 것 같아 초연했다가, 미움으로 들끓었다가, 원망했다가, 불쌍했다가,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도 해 본다. 하지만 끊임없는 '만약에'와 '혹시'가 아프게 찌른다.
신이 아니라 사람이,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이 있었을 텐데..... 만약에 이랬다면 어땠을까, 저랬다면 달랐을까, 혹시 그래서 그랬을까.... 끊임없이 이별의 순간 앞에 놓일 수 있었던 상황들을 상상한다. 이별의 순간이 오지 않도록 할 수 있었던 순간들을 찾으며 자책하고 후회하며 가슴을 친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이별의 순간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이별을 맞이한 사람은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 걸까? 슬퍼하고 애달파하고 그 애도의 시간 끝에는, 마침내 잊어야 하는 걸까?
오드리 로드는 "침묵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별에 대해 조용히 잊으라고 하는 목소리를 따라가면 뼈아픈 다음 이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침묵을 깨고 말하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분명 고함을 지를 것이다. 목소리를 내는 것을 방해를 하고, 굴복시키려 들 것이다. 그건 세상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문제라고 구슬릴 것이다. 그러면 그런 세상은 절대 끝을 낼 수 없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이 아니라,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그 밤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침묵이 아니라 끈질기게 변화를 외쳐야 '희망'이라는 낱말을 되찾을 수 있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있는 너의 향기
내 텅 빈 방 안에 가득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장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 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방 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